일본 샤프를 인수해 미국 TV시장을 공략하려던 대만 홍하이 그룹(폭스콘)의 전략에 변수가 발생했다. 미국에서 샤프 TV브랜드 회수가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 생산업체 폭스콘은 지난해 샤프를 인수했다. 글로벌 브랜드 샤프를 앞세워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 목표 중 하나였다. 폭스콘은 샤프 브랜드를 되살리기 위해 샤프가 그동안 팔아치웠던 브랜드를 회수하기 시작했다.
지난 12월 다이 정우 샤프 사장은 유럽에서 샤프 TV 브랜드를 회수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TV시장 미국이 걸림돌이었다. 미국에서 샤프 브랜드는 중국 가전업체 하이센스가 갖고 있다.

하이센스는 지난해 미국 시장 샤프 브랜드 TV판매권을 사들였다. 라이선스는 2020년 종료된다. 하이센스는 계약만료전에 샤프에 브랜드를 돌려줄 계획이 없다. 폭스콘은 브랜드 반환요청을 했지만 하이센스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란 린 하이센스 매니저는 “라이선스 협약이 지켜지기를 원한다”며 “샤프 브랜드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폭스콘은 세계 최대 주문제작생산업체다. 폭스콘 고객은 애플, 소니, 닌텐도 등 글로벌 기술기업을 총망라하고 있다. 그러나 폭스콘은 자체 브랜드가 없다. 사업은 낮은 마진과 제한된 성장잠재력에 직면했다.
궈 타이밍 폭스콘 회장이 지난해 샤프 인수에 3888억엔을 투자한 이유다. 샤프는 업력이 104년이나 된다. 궈 회장은 오랫동안 구축된 샤프 브랜드가 폭스콘 성장 지렛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TV는 이제 전자회사 입장에서 중요한 수익 아이템은 아니다.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 때문이다. 그러나 마케팅 툴로서는 아직까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거실 중앙을 차지하는 중요한 전자제품이기 때문이다. 소니와 파나소닉이 많은 전자제품을 포기했지만 아직 미국에서 TV를 판매하고 있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하이센스의 협상불가 자세는 현금이 풍부한 폭스콘과 더 나은 거래를 하기 위한 전술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폭스콘도 하이센스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최근 폭스콘이 하이센스에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자회사 샤프를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