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7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는 제품과 서비스 곳곳으로 침투한 인공지능(AI)을 꼽을 수 있다. 스마트폰과 가전, 자동차, 콘텐츠 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에 AI가 사용됐다. 사물인터넷(IoT)이 마치 기반 기술처럼 모든 기기에 접목되는 경향도 분명해졌다. 대부분의 하드웨어 기기는 독자적으로 존재하기보다 IoT 연결을 통해 스마트한 기기로 거듭났다. 융합기술의 총아로 불리는 자동차는 전용 전시관을 넘어 전시장 전역에 퍼질 정도로 주목받았다. 드론과 로봇 등 신기술도 관람객의 눈길을 잡았다.
◇AI의 공습
미래 기술로서 AI 중요성은 익히 강조돼 왔다. 그러나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당장 현실에 적용할 기술이라기보다는 미래에 나타날 기술로 평가했다. CES 2017에서는 AI 등장할 시기가 바로 코앞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CES를 참관한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CES 전시장에서 장내방송으로 `알렉사(Alexa)`라고 부르면 각 업체 부스 여기저기서 대답하는 모습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아마존 알렉사, 구글 구글어시스턴트 등 음성인식 AI 기술과 딥 러닝 기반 기술을 내놓은 기업들이 엄청나게 늘었다”고 말했다.
AI 기반 음성인식 서비스는 스마트홈과 스마트카 등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아마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음성 솔루션을 적용한 연동기기와 서비스 생태계가 확산되는 추세였다. 냉장고에 알렉사를 탑재한 LG전자 `스마트 인스타 뷰`, 구글 어시스턴트를 내장한 엔비디아 `쉴드 안드로이드 TV` 등이 대표적이다.
AI를 접목한 제품은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홈으로 진화를 보여줬다. 삼성전자 패밀리허브 냉장고가 클라우드 기반의 지능형 서비스로 발전하고, LG전자가 가전에 딥 러닝을 적용해 각각의 소비자 맞춤형 기능을 제공하는 것 등이다.
한 중견기업 CEO는 “우리나라는 삼성과 네이버 정도만 세계 AI 트렌드를 따라붙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전시장 점령한 자동차
CES에서 자동차가 처음 소개됐을 때는 4개 메인 전시관 중 하나인 노스홀 한 구역에 모여 있었다. 이후 자동차와 IT·전자 산업간 융합이 활발해지면서 자동차와 관련 산업이 노스홀 전체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자동차와 관련 산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CES 2017에서 전시장 전역으로 확장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CES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파나소닉 등 전통의 전자업체가 모여 있어 전시장 중 최고 메인으로 꼽히는 센트럴홀 곳곳에 자동차가 전시됐다. 자동차 관련 기술을 선보이기 위한 전자업체들의 변화된 움직임이다.
대표적으로 파나소닉 부스 변화는 관람객들을 놀라게 할 정도였다. 파나소닉은 TV, 방송장비 등 그동안 핵심 전시품목이었던 것들을 뒤쪽에 최소한으로 전시하고, 메인 전시를 자동차와 전장 관련 기술로 꾸몄다. 에릭슨과 하이센스 부스에도 자동차가 전시됐다. 알리바바그룹도 자동차용 운용체계(OS)를 전시했고, 퀄컴과 인텔도 자동차 관련 기술을 소개했다.
자동차 관련 업체들도 AI 기반 음성인식 기술 연동 시도가 활발했다. 폭스바겐, 포드, BMW, 현대차는 아마존 알렉사를, 닛산과 BMW는 MS 코타나를, 메르세데스 벤츠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각각 적용했다.
운전자와 탑승자 경험 향상을 위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기술과 뒷자석 디스플레이 대형화 등도 특징이었다.
반도체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자율주행 플랫폼을 공개하며 자동차 업계에 러브콜을 보냈다. 인텔은 BMW, 모빌아이와 함께 `인텔 고(Intel Go)`를 발표했고, 아우디와 협력을 발표한 엔비디아는 `사비어(Xavier)`를, NXP는 `블루박스`를 각각 전시했다.

◇일상으로 다가오는 드론·로봇
드론과 로봇도 실용화에 한층 다가왔다.
드론은 시장 확대를 위해 휴대성과 안전성, 사용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술 진화상을 보여줬다. DJI와 고프로 등은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도록 접이식 구조를 채택한 드론을 선보였고, 사용시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가드를 장착한 제품도 증가했다. 4K 촬영 기능을 갖춘 드론 등 성능도 상향 평준화되는 추세로 나타났다.
생활 로봇이 등장하며 로봇도 일상에 가까이 왔다. LG전자가 잔디깎기 로봇을 선보이고 글로벌 업체들도 빨래개는 로봇, 칵테일 만드는 로봇, 바리스타 로봇 등을 보여줬다. `실제 세계를 위한 로봇(Robot for the Real-World)`을 주제로 CES 최초로 로봇 전용 전시관을 운영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1가구 1로봇 시대가 멀지 않았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