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리뷰┃‘얼라이드’] ‘전쟁과 사랑’ 중 무엇으로부터 도망갈 것인가

출처 :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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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남을 속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속여야 하는 것이 스파이의 숙명이다. 그래서 스파이에게 ‘진심’이란 가당치도 않는 단어다. 하지만 영화 ‘얼라이드(Allied)’의 스파이 마리안은 “내 감정엔 진심이 담겼다”고 말한다. ‘사랑’ 말고 모든 것이 가짜였던 한 여자, 그리고 그와 그의 연인이 겪어내야 했던 모진 시대적 배경 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어떤 결말로 치닫을까.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키스해줘요.” 두 남녀의 첫 만남은 거짓이었다. 금슬 좋은 부부로 위장한 두 사람은 영국 정보국 맥스(브래드 피트 분)와 프랑스 비밀요원 마리안(마리옹 꼬띠아르 분)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적국인 독일 대사를 암살해야 하는 합동 작전 임무를 부여받는다.



두 사람은 우아하고 여유로운 척 하지만, 언제든 떠나거나 죽을 준비를 해야 하는 스파이다. ‘지금’에 충실하기로 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임무를 마친 두 사람은 런던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평화로운 삶을 꿈꾼다.

하지만 영국군은 마리안을 스파이로 의심하고 72시간 안에 색출하라는 명령을 한다. 맥스가 마리안의 무고를 밝히지 않으면 직접 죽이거나 본인이 죽어야 하는 상황. 전직 스파이 출신인 마리안을 속이면서 그를 의심하는 건 쉽지 않다. 게다가 맥스가 마리안의 무고를 증명하려 애쓰지만 의심할 만한 상황은 계속된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두 사람 덕분에 영화는 초반부터 긴장감이 몰아치며, 매 순간 몰입감을 선사한다.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하는 모로코 사막은 끊임없이 길이 바뀌고 사라지는데, 두 사람이 앞으로 걸어갈 길을 보여주는 듯하다.

카메라는 맥스의 마음을 쫓아가, 관객들이 마리온의 눈빛 하나, 손끝 하나를 의심스럽게 바라보게 만든다. 흐트러진 침구 하나에도 인물의 불안함을 느끼게 하는데, 마지막까지 의심과 사랑을 겹겹이 쌓아놓아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느끼게 한다. 아내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아내를 의심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맞닥뜨리는 것은 한국영화 ‘베를린’의 장면과 겹치기도 한다.

출처 : '얼라이드'
출처 : '얼라이드'

언제 어디서나 갈등과 대립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맥스와 마리안에게는 국가라는 거대한 갈등상황이 찾아왔고, 그런 곳에서 ‘사랑’이란 이름으로 자신들을 지키려고 했다. 하지만 비극은 급발진한 자동차처럼 멈출 기색이 없다. 2차 세계대전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비극은 필연이 되었다. 진실은 ‘조국’과 ‘사랑’ 둘 중에 하나, 딜레마 속에서 맥스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전쟁이 한창인 런던에서 마리안이 딸을 낳는 신이다. 마리안은 하늘 위에서 떨어지는 폭탄을 보며 아이를 낳는데, 멀리서 볼 때엔 그것이 모든 것을 파괴하는 폭격인지 아이의 탄생을 축하해주는 폭죽인지 모를 정도로 똑같이 반짝거린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싹을 틔운 사랑, 그리고 태어난 아이는 이 이야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얼라이드’는 두 남녀가 스파이로서 활약하는 초반부터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모습, 아내를 의심해야 하는 순간들, 마지막 선택을 하는 모습까지, 기승전결이 완벽한 심리 스릴러 로맨스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캐나다 스파이와 프랑스 레지스탕스였던 여교사가 임무 중에 만나 결혼을 결심하지만, 정보기관의 반대에 부딪혀야 했던 실화를 모티프로 해 진실성을 더했다.

마리옹 꼬띠아르와 브래드 피트는 존재만으로도 이 영화에 큰 힘을 부여했다. 마리옹 꼬띠아르의 매혹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모습은 다층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그녀를 파헤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며, 브래드 피트의 반듯한 얼굴로 만들어내는 서스펜스는 힘이 넘친다. 오는 11일 개봉.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