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매력 있지만 치명적인 `로라`

[기자수첩]매력 있지만 치명적인 `로라`

로라는 매력이 있다. 사물인터넷(IoT) 통신기술 `로라(LoRa)`는 망을 운용하려면 기지국이 필요하다. 기업은 롱텀에벌루션(LTE) 망을 이용하는 다른 IoT보다 부담스러울 수 있다. 초기 투자비용 때문이다.

그럼에도 로라가 매력을 끄는 이유는 비면허 대역이기 때문이다. 로라는 망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일정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로라 IoT` 사업자가 될 수 있다. IoT 시장이 활성화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벤처·스타트업에도 마찬가지다. 위치 기반 서비스, 헬스케어, 농업·축산업, 교통 등 많은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참신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차별화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갈림길에 직면한다. 기지국을 세우고 자가망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될 것인가, 로라 전국망을 구축한 통신사와 협력해 파트너가 될 것인가.

전자는 로라 서비스 수익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 반면에 초기투자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마케팅과 서비스 운영도 벤처·스타트업의 몫이다. 후자는 통신사가 만든 생태계 안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투자비용이 적다. 막강한 브랜드 혜택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파이가 줄어드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로라 전국망을 보유한 SK텔레콤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 입장에선 많은 벤처·스타트업이 품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그래야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다양한 IoT 제품도 만들 수 있다. 벤처·스타트업 파트너를 늘리려면 그들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벤처·스타트업이 하청업체로 전락한다면 벤처·스타트업은 떠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로라는 매력을 끌지만 치명타로 작용하기도 한다.

IoT는 새로운 비즈니스다. IoT 신제품, 신서비스에 앞서 SK텔레콤과 벤처·스타트업이 건전한 생태계 문화를 조성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협력을 넘어 상생할 수 있어야 IoT가 새로운 산업을 넘어 경제 동력이 될 수 있도록.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