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리뷰┃‘7년-그들이 없는 언론’] 끝나지 않은 ‘이명박근혜’ 정부가 만든 대한민국의 기록

출처 :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출처 :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대중들은 세상의 소식을 알기 위해 언론사를 선택하지만, 일부 기자에게는 ‘기레기’라는 별명을 얹어준다. 이런 사실을 언론사에서도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국민들, 그리고 사내 직원들의 목소리도 무시했다. 독립성과 자율성은 방송의 기본이지만, 많은 언론사들은 정권을 위한 목소리만 냈다.

YTN, MBC 일부 기자와 PD들은 공정성을 부르짖었지만, 오히려 해직 당했다. 벌써 햇수로 9년째, “이들의 이야기가 희미해진다면 대한민국은 정말 망가질지 모른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라는 목소리가 높아진 지 오래다.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이명박근혜정부의 해직언론인 양산 비화’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가 제작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지난 2008년 YTN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 구본홍 씨가 낙하산으로 사장 자리를 꿰찼다. 이에 YTN 소속 언론인들은 반발했으나 총파업 전날 노조위원장이 구속되고, 6명이 해고, 27명이 중징계를 받았다. 2009년 11월에 해고 무효 승소 1심에서 6명의 언론인의 해고가 취소됐으나 회사에서는 그들이 건물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래서 그들은 가면을 쓰고 회사에 갈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MBC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2010년에 김재철 사장이 자리를 맡은 이후로 이들은 4대강이나 한미FTA 기사를 못 다뤘다. 다른 언론에서 앞 다퉈 다룰 때는 ‘시끄러울 땐 조용히 하자’고 했고, 조금 수그러지면 ‘이미 끝나는데 왜 시끄럽게 하냐’면서 막았다. 보도하지 않음으로서 언론으로서 직무를 유기한 것이다. 현장을 뛰던 기자는 ‘쫓겨나는 MBC 기자들’이란 제목으로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권성민 PD는 ‘엠병신 PD입니다’라는 글을 오늘의 유머에 올린 후 해직 당했다. MBC 기자들은 2012년 170일 동안 파업을 하는 동안 6명이 해고를 당했고, 37명이 중징계를 받았다.

다 큰 어른들이 눈물을 흘린다. 부끄러워서, 억울해서다. 7년이 넘도록 그들은 언론 밖에서 투쟁을 했지만, 여전히 복귀 되지 못하거나 일부 복직된 사람도 공정하지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 누구 하나 웃을 수 없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언론은 피폭 당했고, 그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

출처 :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출처 :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언론시사회 당일, 노종면 전 YTN 기자는 “‘기자 몇 명이 해고 됐다’가 아니라 대한민국 언론으로 생각해 달라. 우리가 해고된 이후부터는 모든 언론인의 지위가 흔들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현덕수 전 YTN 기자는 “이런 영화가 없어도 되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승호 전 MBC ‘PD 수첩’의 PD는 “그래서 나타난 결과가 세월호 보도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정부가 주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읽었다. 그것은 자기가 본대로 보도할 수 없었던 언론의 모습을 나타낸다. 세상을 주물럭거릴 수 있다는 욕망을 가진 사람들을 포기시키고, 모두를 자유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직된 기자와 PD들은 복직을 원한다. 그것은 회사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이 아니라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다. 소신 있는 기사를 보도하더라도 해직당하지 않는 공정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해직언론인들이 이 영화를 만든 것은 단순히 해직된 자신들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 영화는 이명박근혜 정부가 만든 대한민국 7년의 기록이며, 여전히 끝나지 않았고, 잊어서는 안 되는 현재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면 국민들은 빛 속에서 살 것이고, 언론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면 국민들은 어둠 속에서 살 것이다’고 말하는 이 영화를 주목해서 봐야 하는 이유다. 오는 12일 개봉.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