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에서 없어질 직업 리스트에는 `기자` 직군도 한 번씩 오르내린다. 보도자료와 공시의 주요 팩트만을 추출해 자동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로봇 기자는 이미 현실화됐다.
기자의 역할이 발표된 사실만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 기자의 영역이 로봇을 뛰어넘는다고 자부한다. 그렇지만 로봇의 발전 속도를 보면서 위기감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다.
수백만개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4차 산업혁명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자리 제일주의를 외치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정책에 기반을 둔다. 2012년 독일에서 도입된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요약된다.
독일은 많은 측면에서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우선에 두고 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 회비는 매출이 아닌 일자리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일자리가 많은 회사가 가장 많은 회비를 내고, 그만큼 가장 많은 발언권을 갖는다. 중앙은 물론 지방 정부의 성과도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얼마나 안정되게 지원했는가로 평가받는다. 그런 나라에서 수백만개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는 인더스트리 4.0은 왜 도입한 것일까.
인더스트리 4.0은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이다. 대기업·중소기업은 물론 노동조합까지 참여했다. 노동자 권리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참여해 산업 정책을 만드는데 일자리 감축 추진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기업들의 대응을 보면 쉽게 수긍된다. 보쉬는 4차 산업혁명 수요에 대응해 로봇사업을 강화하고 고객 요구에 따라 소량 다품종으로 실시간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 라인 구조를 바꿨다. 노동자를 재교육하면서 인력 감축 없이 자동화를 이뤘다.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를 없애는 형태로 오게 될지 좀 더 질 높은 일자리를 늘려 줄지는 대응하기에 달렸다.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것인지 일자리 창출인지 최우선에 두는 목표에 따라 실천 방안도 달라질 것이다. 산업 트렌드를 좇는 데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왜 변화가 필요한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자.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