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 최종 목표는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성립이다. 특검은 12일 소환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 공여` 혐의 피의자로 규정했다. 특검은 예상보다 빨리 소환한 것을 두고 관련 물증을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이 특검 조사에서 어떻게 진술하는지에 따라 대통령 뇌물죄 입증이 수월해질 수도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이 최순실 일가 지원에 대가성이 있었음을 인정한다면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혐의도 성립이 쉬워진다. 특검 조사 결과에 따라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는 뇌물 수수, 이 부회장에게는 뇌물 공여 혐의가 각각 적용될 수 있다. 특검은 이날 수사브리핑을 통해 `제3자 뇌물죄` 적용이 유력하지만 `직접 뇌물수수` 혐의 적용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에 이어 SK·롯데그룹까지 특검 수사가 예고되면서 대통령과 대기업 간 맺어진 `낡은 거래 방식`을 청산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마찬가지로 헌법으로 규정할 수 없지만 대통령과 기업 관행을 그대로 두면 지금과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권과 기업 사이 검은 관계를 끊고 가야 더 이상의 불행이 없을 것이란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동안 정치 권력을 지닌 정부 실세는 각종 명분을 내세워 기업 후원금을 받아 정치적 용도로 써왔다. 역대 정권마다 되풀이됐다. 기업은 부당하더라도 맞서지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경영에 중요한 정책을 좌우하는 정권과 대립각을 세울 간 큰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세무조사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권력 실세 요구에 거부할 기업인은 애초부터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론은 최순실 사태를 통해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확실하게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기업의 경우 정부 실세의 반 강제적 기부금 요구에 피해자일 수도 있지만 뒷거래로 오해 살 선택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는 권력 실세의 기부금 요구를 막기 위한 `최순실 방지법 제정` 필요성도제기된다. 나라 전체를 혼돈에 빠뜨린 최순실 사태 반복을 막기 위한 조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제도나 정책 입법은 정치인이 하고, 그 제도 위에서 기업을 성장시키는 일은 경제인이 하는 `정경분리 원칙`이 제대로 지켜져야 경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정부가 기업을 볼모로 잡아서도 안되고, 기업도 검은 세력 유혹에 쉽게 넘어가 `쉬운 경영`을 하려는 태도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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