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SK, 롯데 등 다른 대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삼성 총수에 대한 특검의 칼날이 예상보다 날카로왔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이후 특검 화살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다른 대기업 총수로 향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한 특검 수사 대상이 SK와 롯데로 확대될 가능성이 짙어졌다.
수출 부진 및 보호무역 확산 가능성 등 국내외로 엄중한 상황에 놓인 기업들의 활력이 떨어지고, 국제 신인도 하락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특검팀은 앞으로의 수사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 부회장에 이어 최태원 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 재벌 총수 여러 명을 출국 금지했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외에 최순실씨가 좌지우지한 K스포츠재단에 추가 기부를 했거나 추가 출연 논의를 진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SK와 롯데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은 각각 111억원과 45억원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5월 말 K스포츠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 사업에 70억원을 추가로 기부했다가 검찰 압수수색 하루 전인 6월 9일부터 13일까지 이 돈을 전액 돌려받았다.
SK그룹은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체육 인재 해외 전지훈련 예산 지원` 명목으로 80억원을 요구받았지만 이를 줄여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가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특검은 두 그룹이 총수 사면과 면세점 인허가 등 그룹 차원 민원 해결을 목적으로 청와대와 최순실 측 지원 요구에 응했을 가능성을 수사 선상에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삼성과 SK, 롯데 외에도 추가 수사 대상이 될 기업이 더 늘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 요구로 최순실 딸 정유라의 친구 부모가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에 납품 특혜를 제공한 현대·기아차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최순실 측근인 차은택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K컬처밸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CJ그룹도 긴장하는 배경이다.
재계에서는 삼성, SK, 롯데 등에 대한 특검 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이들 기업 경영 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컨트롤타워 부재가 상반기에까지 장기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에 대한 특검 수사가 본격화되면 총수로서 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고, 인사는 물론 사업 전략 수립과 집행에 커다란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이 삼성전자 부회장 영장실질심사와 관련해 “사법부가 사실과 법리 등을 잘 살펴서 현명하게 판단할 일이지만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 불구속 수사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우려와 맥을 같이한다.
최근 글로벌 시장 경쟁과 전 세계 보호무역 확산 움직임 등에 대응하기 위해 그룹 총수의 신속한 의사 결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특검 수사와 그에 따른 총수 부재는 글로벌 경영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 이규철 특검보가 “(이 부회장 구속 여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라면서도 “경제 충격이나 그에 대한 우려도 고려 사항에 포함된다”고 언급한 배경이다.
기업 잘못은 엄중히 꾸짖어야겠지만 최소한의 경영 활동은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잘못된 정경유착의 잘잘못은 따져야 하지만 국내외로 엄중한 경쟁 상황에 놓여 있는 기업 상황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면서 “여론에 떠밀려 기업에 과도하게 처벌을 내리는 것은 우려된다”고 밝혔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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