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국내에서 개발된 석탄액화기술 수출의 의미

고체 상태의 석탄은 운반한 뒤 태우고 재처리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다. 그러나 가격이 싸서 대규모 발전에 많이 사용된다. 반면에 액체 상태의 석유는 쓰기 편해서 움직이는 기관인 자동차, 비행기, 선박 연료로 사용된다. 그러나 석탄보다 비싸다. 그래서 값싼 석탄을 기름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80여년 전부터 있었고, 그 기술을 `석탄액화`라고 부른다.

석탄액화 기술은 석탄에 수소를 첨가, 수소 비율을 높여서 액체 연료로 바꾸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석탄에 직접 수소를 주입해서 원유와 같은 상태로 만드는 기술을 `직접 액화 기술`이라 하고, 석탄을 먼저 가연성 가스로 바꿔서 이 가스를 기름으로 만드는 방법을 `간접 액화 기술`이라 한다.

두 가지 석탄액화 기술 모두 2차 세계대전 이전에 독일에서 개발됐고, 그 기술로 만든 기름을 전쟁용 연료로 사용했다.

국내에서도 1931년 북한 지역(명천군 영안)에 연간 10만톤의 기름을 생산하는 시험 설비를 설치해서 가동했다고 한다. 2차 대전 후 중동 지역에서 유전이 발견되면서 값싼 석유에 비해 석탄액화유는 경제성이 낮아 대부분 사라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만 자국의 값싼 석탄을 활용, 기름을 생산하기 위해 독일의 석탄 간접 액화 기술을 도입, 1950년대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 규모를 늘려서 현재 하루 15만 배럴의 석탄액화유를 생산, 그 나라 석유 수요 3분의 1을 대신하고 있다.

석유가 거의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도 비록 수입 석탄을 사용하더라도 국가 운영에 필수인 기름은 우리 영토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먼저 남아공 석탄액화 기술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그 회사(Sasol)는 기술 판매를 거부했고, 우리 이외에도 많은 나라에서 석탄액화 기술 수요가 있다는 것만을 확인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2007년부터 석탄 간접 액화 기술 자체 개발을 시작했다. 국내외 수요까지 충족시키고 상용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수준까지 개발 목표를 정했다. 초기의 실험실 규모 소형 반응기로부터 연구를 시작, 10년이 지난 현재 5층 규모의 파일럿급 석탄액화 기술을 자력으로 확보했다. 액화 기술은 촉매와 반응기 기술이 핵심이다. 같은 양의 촉매로 얼마나 많은 양의 기름을 만들 수 있는지와 같은 크기의 반응기에서 얼마나 많은 기름이 생산되는지로 기술 수준이 평가된다.반응기 성능은 외국 기술보다 약간 우세한 수준이지만 촉매 기술은 남아공의 세 배 이상을 보인다. 특히 이 성능이 바로 공장을 지을 수 있는 규모에서 증명됐기 때문에 이번에 캐나다로 액화반응 기술을 수출할 수 있었다.

액화반응 기술은 반응기에 가연성 합성가스(수소와 일산화탄소 혼합물)만 보내면 기름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석탄에서 합성가스가 공급되면 이를 석탄액화(CTL), 바이오매스로부터 합성가스가 공급되면 바이오합성가스(BTL), 천연가스를 이용한 합성가스가 공급되면 가스액화연료(GTL)라 한다. 우리 액화반응기 기술은 가스 공급원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으며, 이 기술이 여러 방면으로 수출될 수 있을 것이다.

캐나다에 수출한 기술은 폐목재 등 바이오매스에서 기름(제트유, 디젤유)을 생산하도록 특화된 액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전받은 하이베리 에너지는 북미 지역에서 자사 바이오매스 가스화 기술과 에너지연 액화 기술을 조합, 실증 규모의 바이오매스 액화플랜트 구축 프로젝트에 착수할 예정이다. 상용 플랜트로 확대, 최종으로는 대형 항공사와 연계해 바이오 제트유를 공급할 계획이다. 기술료 계약 수준은 데모급 액화반응기 설계와 노하우 제공 라이선싱으로 100만달러, 북미 지역(캐나다, 미국, 멕시코)에서 바이오매스 분야에 한정해 에너지연 기술의 독점 실시권 확보 비용으로 100만달러 등 총 200만달러의 기술료가 확보될 예정이다.

추후 상용 플랜트를 건설할 때 기당 10억원의 반응기 설계비를 지불하게 돼 20개 공장 건설때 최소 200억원의 추가 기술료가 기대된다. 현재 남미 지역에도 기술 이전 협상이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유럽·인도·아시아 지역에 추가 기술 판매가 있을 것이다.

이번 기술 이전은 북미에 산재한 폐목재를 포함한 바이오매스로부터 합성석유를 생산해 내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바이오연료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의 온실가스 감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특히 우리가 파일럿 플랜트 규모의 대형 연구 설비에서 성능을 증명한 기술이기 때문에 기술 이전 과정에서 협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이것은 앞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지향해야 할 연구 방향의 하나인 대형 연구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정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부원장, jungh@kier.re.kr

한국 액화 촉매 및 반응기의 기술수준 비교
한국 액화 촉매 및 반응기의 기술수준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