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출범-외교·안보] ]새 국제질서 구축…한반도 명운은?

미국 정치계의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세계 권력 핵심인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국제질서 재편이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선 기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동맹국의 무임승차 비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을 거론하며 기존 질서에 도전했다. 트럼프는 앞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워 미국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질서를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정책을 표방하면서 글로벌 정치 경제 체제는 소용돌이 속에 휘말릴 전망이다. 여기에다 영국의 EU탈퇴가 맞물리면서 세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세계가 정치와 안보,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불확실성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미 백악관
미 백악관

◇ 국제 정치질서 대변혁 예상

트럼프는 친(親) 러시아 성향, `하나의 중국` 원칙 흔들기, 브렉시트 지지, 동맹국 무임승차론 비판, 무역협정 재협상 시사 등 기존 질서를 깬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외교정책 중 가장 관심 사안은 친 러시아 정책을 계속할 것이냐는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결국 외교안보 라인에도 친 러시아 인사를 대거 전면에 내세웠다.

우선 트럼프는 러시아 제재 해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러시아 제재 해제 용의를 밝힌 것은 이슬람국가(IS) 등 테러리스트 축출에 러시아 지원을 받겠다는 목적이다. 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가 가장 껄끄러운 국가는 중국이다. 트럼프는 군사·경제 굴기를 기치로 급부상한 중국에 강경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특히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금기를 깬 전화 통화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을 자극했다. 앞으로 하나의 중국 정책을 협상 카드로 제시할 수 있다는 발언도 했다.

유럽 서방 국가 동맹 관계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는 반(反) 세계화 기치 아래 브렉시트를 지지하며 유럽연합(EU) 해체에도 동의한다. 그가 브렉시트를 `위대한 결정`이라 하고 나토(NATO)는 `시대에 뒤지는 틀`이라고 깎아내리면서 전후 70년 지속한 두 대륙의 결속은 벼랑 끝에 섰다.

◇ 보호무역주의 휩쓴다

글로벌 통상도 쓰나미에 휩싸일 공산이 커졌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을 둔 트럼프의 보호무역이 불러올 파고는 자유 질서 토대가 된 국제적 상호협력 자체를 와해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유세전에서는 물론이고 당선 이후에도 거듭 중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와도 무역 전쟁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 45%에 달하는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등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면 어떤 국가라 하더라도 제재를 가하겠다는 새 정부 생각이다.

이미 행동에 옮기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미국 투자를 압박해 포드와 피아트크라이슬러, 토요타, 제너럴모터스, 현대·기아차 등의 잇따른 투자 약속을 끌어냈다. 멕시코 등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미국에서 판매하면 고율의 국경세를 매기겠다는 트럼프의 압박에 해당 업체는 모두 백기 투항했다.

미국 역대 정부에서 추진한 무역협상도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언했으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재협상하거나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장관이나 백악관 내 보좌진을 구성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보호무역주의 시각을 그대로 내보였다. 초대 상무장관으로 내정된 윌버 로스는 지난해 9월 자유무역협정(FTA) 비판에 관한 정책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새로 만든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으로 일할 피터 나바로 교수는 중국에 대해 초강경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지명된 로버트 라이시저 역시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 철강업체의 반덤핑 제소 업무를 맡는 등 보호무역 쪽에 기운 활동을 했다.

◇한반도 정책도 대변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미·중 대결의 본격화다. 지금까지 트럼프의 발언과 행보를 감안하면 미·중 대결 격화는 피할 수 없는 순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한·미 동맹과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유지를 해야 하는 숙제로 떠안았다.

북핵 대응과 관련해 트럼프는 기존 대북 제재·압박 기조를 당분간 계속할 개연성이 크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버락 오바마 정부와 마찬가지로 `북핵 불용` 강경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는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독자 제재를 본격 강화하면서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응해 경제, 금융, 인권 등에서 전방위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구체적 해법과 관련해선 `전략적 인내` 정책을 접고 대북 선제 타격 옵션까지 열어둔 초강경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여 한반도 정세가 예측불허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 수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과 관련, “100% 부담은 왜 안되느냐”고 밝히는 등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불확실성이 중첩된 가운데 대통령 탄핵으로 `한국호` 선장이 부재한 우리나라는 정책 기조 일관성을 유지하며 대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위태위태한 외줄타기를 해야 할 숙제를 떠안았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