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IT) 발전이 인류 생활 전체를 바꾸고 있다. 필자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인터넷 자료 검색은 텍스트 형식으로만 가능했다. 물론 검색할 수 있는 자료도 미국에 있는 대학 서버나 몇몇 데이터 센터에 저장된 논문이 전부였다. 이후 통신사업자의 대폭 투자를 발판으로 인터넷 시장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스코에서 발표한 글로벌 클라우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세계 데이터 센터에 저장되는 데이터의 양이 0.9제타바이트(4500억편 영화에 해당하는 데이터 양)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에 생성되자마자 처리되고 저장되지 않는 데이터 양은 600제타바이트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스마트 팩토리만 하더라도 하루에 생성되는 데이터 양이 1페타바이트(PB)에 이른다. 이 가운데 0.2%만 데이터센터에 저장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정제된 콘텐츠 저장이 많아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트래픽 패턴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사용자 트래픽 패턴은 데이터센터에서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거나 활용하는 방식이다. 트래픽 패턴이 사용자로부터 국내 데이터센터가 있는 중앙 집중국이나 해외로 나가는 유형이지 지역 간에 트래픽이 이동하는 흐름은 거의 없었다.
사물인터넷(IoT)을 포함해 빅데이터 분석에 대한 시장 요구가 커짐에 따라 많은 양의 데이터가 여러 곳의 사물에서 생성된다. 즉시 가공돼 또 다른 사용자에 의해 사용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통신 사업자 네트워크가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설계돼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네트워크 구성은 대부분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트래픽 패턴에 적합하게 설계돼 있다. 예를 들어 부산에 있는 사용자가 광주에 있는 사용자에게 인터넷 전화를 걸게 되면 부산에서 서울을 거쳐 광주로 전달되는 식이다. 지역 사이로 흐르는 트래픽 패턴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러한 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중앙으로 집중되는 네트워크 아키텍처가 아니라 분산형 아키텍처로 진화해야 한다.
IoT로 생성되는 트래픽에 최적화된 처리 방법도 필요하다. 데이터센터 내부 빅데이터 트래픽 비중이 2015년 말 10%에서 2020년 17%로 늘어날 전망이다. 세 배 이상의 상당히 큰 폭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통신 사업자 네트워크 구조도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효율 처리하기 위한 네트워크 설계로 돼야 한다. 분산형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통해 효율 높게 데이터를 저장, 가공할 수 있어야 한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는 데이터를 가공, 저장, 분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동시에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기반의 신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 현재 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관리 서비스는 어플라이언스 형태의 라우터나 방화벽 등 고객 사업장 내 장비를 제공하고, 장비 임대료와 회선비를 받았다. 반면에 가상화 기반 관리 서비스는 라우터와 방화벽이 통신사업자 데이터센터에 NFV 형태로 구축돼 있다. 기업고객이 가입을 요청할 때마다 필요한 용량만큼 할당함으로써 적은 총소유비용(TCO)으로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 결과 서비스는 빨라지고, TCO는 줄고, 고객 체감 품질(QoE)은 높아지는 셈이다.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구조는 기존 서비스 제공에 최적 구조로 설계됐다. 앞으로 통신 사업자는 IoT, 5G와 같은 서비스를 지연 없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NFV 기반 서비스 제공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가상화, 분산 기반 클라우드 아키텍처를 포함한 준비를 철저히 해서 시장을 이끌어 가야 할 시점이다.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이다.
박재범 시스코코리아 통신사업부 부사장 jaepark@cis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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