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의 패널 거래가 이뤄진다면 전자업계의 숙원이 해결되는 것 아닙니까. 정말 보기 좋습니다.”
최근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최대 관심사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의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협력 여부다. 샤프가 갑자기 삼성전자에 거래 중단을 통보함에 따라 양사 협상 테이블이 만들어졌지만 단순 해프닝이 아닌 중장기 협력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내 전자 업계에서 삼성과 LG 간 교차 구매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됐다. 디스플레이 패널 완제품뿐만 아니라 생산 장비 공급사도 글로벌 장비 기업처럼 장벽 없이 양사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구매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지난 2007년과 2008년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신인 산업자원부 및 지식경제부가 주도해 패널과 장비 교차 구매를 시도한 적이 있다.
결과는 실패였다. 시장의 패널 수급 상황도 있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양사 간 `불신`이었다. 상대 기업의 진짜 속셈이 무엇인지 의중 파악에 에너지를 소진했다. 장비는 연구개발(R&D)용으로 소량 구매가 이뤄졌지만 경쟁사 기술 파악 용도에 그치는 결과만 됐다.
10년 후인 지금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삼성·LG 간 교차 구매 논의는 당시보다 훨씬 현실성이 있다. LCD 공급 부족이 앞으로 2년 동안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 중기 협력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각자 기술 자존심까지 넘어선 절박함이 만들어 낸 변화다.
양사 간 패널 교차 구매를 넘어 장비 기업에 쳐 놓은 울타리도 거둬들이길 기대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이 발달하면서 첨단 기술 노하우를 유출하지 않으려는 패널 제조사의 문단속이 한층 깐깐해졌다. 자연스럽게 장비 기업의 영업망은 더 좁아졌다.
무턱대고 교차 구매를 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선행 기술 개발 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기술력 있는 회사와 R&D 체계를 갖추는 등 대기업의 의지가 필요하다. 장비사도 신뢰를 줄 수 있게끔 보안 체계를 철저히 정비해야 할 것이다. 이제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은 개별 기업을 넘어 국가 차원으로 확대됐다. 후방 생태계가 성장하지 않으면 전방기업도 성장할 수 없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
배옥진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