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리뷰┃‘레지던트이블6’] 6번째 날, 전사 앨리스가 탄생했다

출처 : '레지던트 이블'
출처 : '레지던트 이블'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내 이름은 앨리스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 오프닝에서 앨리스(밀라 요보비치 분)는 언제나 자신을 소개한다. 이번엔 그가 “이건 나의 이야기였다”라고 한 마디 더 덧붙인다. 그동안의 이 오프닝 멘트가 단순히 주인공을 소개하기 위함이 아니었다는 것이 마지막 편을 통해 밝혀진다.

앨리스는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레지던트이블1’) 이후 자신이 세계 최대 기업 엄브렐라 회사의 보안 책임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개발한 T바이러스로 인해 언데드(좀비)가 탄생하고, 전 세계가 멸망할 위기에 처한 것을 알게 되자 그들을 파괴하기 위한 마지막 전사로 재탄생한다. 그리고 여섯 번째 시리즈이자 마지막 편인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에서 앨리스는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이야기의 시작점인 라쿤 시티로 돌아간다.



엄브렐라의 슈퍼컴퓨터 레드퀸(에버 앤더슨 분)은 앨리스에게 T바이러스를 해독할 백신이 개발 됐으니 엄브렐라가 있는 라쿤 시티의 하이브로 가라고 한다. 적의 말이지만, 세계를 구할 유일한 희망이기에 앨리스는 라쿤 시티로 향한다.

앨리스가 곧게 뻗은 길을 군용차로 가로지르며 라쿤시티로 향하는 여정은 ‘매드맥스’를 떠올리게 하고, 그 뒤를 쫓아오는 엄청난 수의 언데드의 모습은 ‘월드워Z’를 떠오르게 한다. 특히 앨리스가 공중에 거꾸로 매달린 채 적들을 한꺼번에 제압하는 와이어 액션이나 하이브의 첨단 방어 장치인 레이저 액션 신은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번 시리즈 역시 밀라 요보비치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강한 액션신을 펼치는데, 여섯 시리즈를 걸치며 점차 성장한 앨리스, 그리고 밀라 요보비치는 이제 그 누구도 그를 막지 못할 것 같은 강인함을 과시한다.

한국팬들이 기대하고 있는 이준기는 엄브렐라 그룹의 사령관 캐릭터를 맡아 밀라 요보비치와 일대일 맨몸 액션신을 선보인다. 5분도 안 되는 짧은 분량이지만, 날렵한 액션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액션뿐만 아니라 ‘레지던트 이블6’은 스릴러로서 영리한 연출을 선보인다.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괴물이나 좀비들의 모습도 놀라움을 주지만, 미리 예고를 한 후 드러나는 사건들도 강한 자극을 준다. 이중 스릴러로서 가장 호기심을 잡아끄는 것은 그동안 ‘프로젝트 앨리스’라는 이름을 걸고 앨리스를 끊임없이 지켜봐왔던 감시카메라의 시선이다. ‘레지던트 이블’은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 중에서 가장 성공한 영화로도 꼽히는데, 게임 유저의 시선과 영화 속 누군가의 감시카메라 시선을 동일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편에서 카메라 시선의 주인공이 밝혀지고, 이것은 이 영화 최대의 반전을 선사한다.

출처 : '레지던트 이블'
출처 : '레지던트 이블'

다시 ‘레지던트 이블1’으로 돌아가 보면, 앨리스는 기억을 잃은 채 이 사건에 투입되었다. ‘제이슨 본’처럼 기억을 잃은 전사가 기억을 되찾는 과정은 그 자체로도 흥미로웠다. 그의 정체에 대한 힌트는 영화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에 사실 마지막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의 정체를 예상할 수는 있다. 이 싸움 끝에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 그리고 그녀의 정체에 대해 감독은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면서 모두 털어놓는다. 결국 감독은 단순히 액션ㆍ스릴러물을 만들고자 한 것이 아니라 미래 인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에 대한 대답을 남긴 것이다. 이 영화에는 인간부터 언데드, 괴물, 복제인간까지 나온다. 그리고 앨리스는 여성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태생 자체보다 그가 가지고 있는 ‘인간스러움’을 강조한다. 인간은 누군가에 의한 도구적 수단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인류를 위해 ‘인간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감독의 목소리는 레드퀸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영화 초반 레드퀸은 엄브렐라를 배신하는데, 그 이유는 레드퀸이 모순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레드퀸은 모든 것을 파괴하는 엄브렐라의 슈퍼컴퓨터이면서도 인간을 지키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이것은 엄브렐라의 시작과도 맞닿아 있다. 과거 병에 걸린 딸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만든 T바이러스가 그 부작용으로 언데드를 만든 것처럼, 그리고 엄브렐라의 최고 경영자 아이삭스가 인간 종말을 막기 위해 또 다른 재앙 ‘노아의 방주’를 만든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이삭스가 만든 노아의 방주는 신이 만들었던 것과 달리 인류를 몰살시키고 부자와 권력자만을 위한 것이다. 자신을 ‘신’이라고 생각했던 아이삭스는 앨리스를 ‘믿음이 없는 자’로 부른다. ‘믿음이 없는 자’ 앨리스와 자신을 신이라 생각하는 아이삭스, 두 사람의 대결로 인해 인류의 ‘구원’ 또는 ‘파멸’이 결정된다.

‘레지던트 이블6’는 이 영화 한 편으로도 완전하지만, 지난 2002년 첫 선을 보인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완결편으로서도 제대로 기능 했다. 또한 앨리스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는 25일 국내 개봉하며, 27일 북미 개봉한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