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다 뽑기방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전국에 500곳이 넘었다. 불과 2년 사이에 24배나 증가했다. 뽑기방은 10∼20대 젊은이의 정신 해우소다. 이들은 500원, 1000원의 행복을 구한다. 몇만원대 인형을 뽑는다면 희열은 극에 이른다. 30∼50대 기성세대는 `인생은 한 방`이라고 외친다.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9% 많은 35억5000여 게임을 기록했다. 로또 판매액 역시 3조5500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액이다.
전통으로 불황기에 사행산업은 떴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누구나 간밤에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사려는 마음이 드는 건 인지상정이다. 일반 심리 작용이다. 그럼에도 `탕진잼`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 사회 문화 형태로 발현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요즘 2030세대에서는 이른바 `탕진잼` 소비 형태가 유행이다. 탕진잼은 다 사용해서 없앤다는 의미의 탕진과 재미를 줄인 잼이 합쳐진 신조어다. 예컨대 카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친 학생이 일당 3만원을 들고 다이소에서 쇼핑을 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대한민국을 강타한 정치권 사태와 오버랩되면서 슬픈 현실처럼 다가온다. 적은 돈으로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을 구하는 행위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탕진잼과 로또 열풍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생역전 가능성이 점점 없다는 현실 자각 때문이다. 정상의 방법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암묵의 시위로 느껴진다. 우리 사회 곳곳에 현대판 음서제가 만연해 있다. 기성세대의 벽에 막혀서 취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공무원 고시촌 골목은 불황을 모른다. 청춘들은 컵밥을 먹어 가면서 불안한 미래와 싸운다.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도 집 사고 부자 되기 어려운 시대다. 기성세대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왜 오늘도 복권방 앞에서 행운을 기대할까. 우리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권력층 행태도 기성세대의 허탈감을 키운다.
`비정상의 정상화.` 매우 의미심장하다. 수십년 동안의 구태와 악습을 없애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자는 의미다. 그런데 2017년 1월 대한민국 모습은 어떤가. 문제점은 알지만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 방법론도 제각각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비정상`과 `정상`이 혼재돼 있다. 코스프레만 잘하면 비정상이 정상으로 된다. 부조리와 불합리한 것들이 정치 권력과 경제 재력과 만나 훌륭한 해결책으로 둔갑되기도 한다. `정상`도 그릇된 프레임에 갖히면 어느 순간 폐기 처분 대상에 오른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헛갈린다.
정치권이 분주해졌다. 대통령 선거 주자 간 프레임 전쟁도 달아올랐다. 정권 교체부터 정치 교체, 시대 교체까지 다양하다. 선거는 선거다. 승자가 되기 위한 정치공학 슬로건은 그런 면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천원의 행복`에 빠져든 웃지 못할 현실을 하루속히 치유해야 한다. 처방전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복합돼야 한다. 대선 주자들은 이들 행위에 담긴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희망의 사다리가 사라진 대한민국에 내일은 없다. 내일이 보이지 않는 청춘에게 미래는 더더욱 없다.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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