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한국판 `CES`를 꿈꾸며, 우리도 할 수 있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7/01/25/article_25154539449558.jpg)
올해 50주년을 맞이한 세계 최대 소비재 전자박람회(CES)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세계 150개국 3800여개 업체가 참가하고 18만명 이상의 참관객이 몰리면서 사상 최대 규모로 개최됐다.
CES는 라스베이거스가 아닌 미국 뉴욕에서 1967년에 출발했다. 처음 개최될 당시에는 117개 업체가 참여했고, 1만7500명 관람객이 찾아왔다. CES는 1978년부터 라스베이거스로 옮겨 전시를 이어 간다.
50년이 흐른 오늘날 CES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증강현실 포함), 자율주행자동차 등 첨단 기술을 선보였다. AI, IoT, VR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자체 기술 혁신은 물론 자동차·가전·헬스케어·로봇 등 다른 산업과 융합해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를 창출하면서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혁신을 보여 주고 있다.
이렇듯 CES는 TV, 냉장고 등 종래의 전통 가전제품 전시회를 넘어 ICT 산업 전반은 물론 자동차·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ICT 융합을 통한 미래 모습을 가장 잘 전망할 수 있는 혁신 장터로 성장했다.
CES가 인류 ICT 발전사와 함께할 수 있게 된 이유는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혁신하는 주관사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 및 미국 정부의 전폭 지지와 함께 튼튼한 산업 생태계의 조화로움이 아닐까 한다.
CTA는 2200여개 미국 기술 업체를 대표한다. 이 가운데 80%는 중소 규모이거나 스타트업이다.
CES는 과거 가전제품 중심 행사였지만 최근에는 첨단 정보기술(IT) 기기와 자동차 등 중심 행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 2015년 CES 주관사인 전미소비자가전협회(CEA) 명칭을 `CTA`로 변경한 것도 이러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행사장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Message from President`라는 안내문에 얼마 전 퇴임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사진과 함께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CES에 온 150여 국가 참관객들을 환영하는 메시지가 세워져 있다. 한 국가 수장이 보내는 메시지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공신력과 마케팅 효과를 제공, 찾아오는 국내외 바이어에게 전시회 신뢰감을 준다. 이와 함께 `스타트업` `드론` 등 메인 테마관 입구에는 정부 유관기관이 부스를 마련하고 전문가가 상주, 관련 규정 및 펀딩 등에 관해 적재적소에서 컨설팅을 제공한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IBM과 같이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 CES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세계 최고 전시회로 발전하고 성장한 이유에는 튼튼하고 견실한 중소·중견기업이 버티는 산업생태계도 한몫한다. 실제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참신한 제품으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참가하는 `유레카파크` 테마관 규모는 600여개로, 전체 참가 업체 16%가 넘는다. 중소기업도 일차원 성격의 제품 전시가 아니라 제품과 기술을 적용한 라이프스타일과 미래 산업 트렌드를 제시하는 전시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CES 참가자는 박람회에서 평균 12회 미팅을 연다. 만약 박람회가 없다면 비즈니스맨들은 약 7억마일(약 11억2000㎞) 이상 비행해야 미팅할 수 있다. 이렇듯 ICT 업계 종사자에게 CES는 혁신 플랫폼이자 비즈니스 장이다.
반면에 국내 전시 산업은 중요성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다. 산업 융합과 신품목 출현에 따라 새로운 전시회가 우후죽순 등장하고, 지금은 세계 경기 침체와 더불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다. 국내 전시는 내수용 전시회라는 이미지를 벗고 대형화·국제화된, 즉 전시의 스타플레이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도 1969년 이래 올해 48회째 개최하는 전자·IT 분야를 대표하는 전시회가 있다. 바로 `한국전자전`이다. 한국전자전을 `한국의 CES`로 키우기 위해서는 산업계의 자진 노력은 물론 정부의 지속된 정책 지원이 적극 이뤄져야 한다.
주최사는 글로벌 트렌드를 선점해 국내에서도 미리 발전상을 제시하고, 글로벌 대기업은 국내 전시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전략 신제품 및 신기술을 국내에서 먼저 공개하고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정부 또한 글로벌 트렌드 등을 반영해 AI, IoT, VR, 자율주행차 등 지능정보사회의 새로운 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혁신 및 융합을 더욱 강화한다면 한국판 CES를 우리 땅에서 개최할 날도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다.
남인석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namis@gok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