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초점] ‘SNL’과 티빙, 그리고 최순실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

사진=CJ E&M
사진=CJ E&M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어수선한 시국이다. 덩달아 연예·방송계도 어수선해졌고 가끔은 믿기 싫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한 케이블 방송사가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정치 풍자를 못 했고, 이를 어긴 PD는 좌천됐다는 소문이 있었다.

티빙(Tving)에는 이 흉흉한 소문을 상기시키는 일이 벌어져 있었다. 티빙은 CJ그룹 산하 기업인, CJ E&M이 제공하는 서비스다. CJ 케이블방송인 XTM, Mnet, tvN, 온스타일 등의 라이브방송과 이를 통해 송출된 프로그램을 다시 볼 수 있다.



31일 오전 기준, 티빙에는 tvN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8’(이하 ‘SNL’) 10회를 다시 보는 버튼이 없어진 상태였다. 이는 지난 2016년 11월 5일 방송된 솔비가 호스트로 출연했던 편이었다. 여기에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샀던 ‘국정농단’ 풍자가 담겨 있다.

사진=방송 캡처
사진=방송 캡처

당시 김민교는 최순실을 연상시키는 분장을 한 채 모습을 드러냈고 정상훈은 “독일에 계신다더니 언제 귀국하셨냐” “와이프가 맛있는 곰탕을 끓여놨다”고 맞장구쳤다. 또한 유세윤은 가짜 말을 탄 채 등장해 “엄마 신발 한 짝 찾으러 왔다”고 신랄한 패러디를 이어나갔다. 그야말로 ‘여의도 텔레토비’를 연상시키는, 원조 ‘SNL’의 귀환이었다.

하지만 이 열기가 채 식기 전 연출을 맡았던 민진기 PD가 하차했다. 국정농단 패러디, PD 교체가 맞물렸기 때문에 외압 의혹이 일었다. 당시 CJ는 공식 입장을 통해 “외압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내부자가 직접 나서 “외압이 있었다”고 말하지 않는 이상, 이 일련의 과정은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까지만 머무를 뿐이다. 하지만 패러디가 담긴 방송분 다시 보기 버튼이 없어진 것은 이 의혹에 더욱 힘을 싣는다.

31일 오전 티빙에 ‘SNL’의 10회 버튼이 없어진 이유에 관해 물었다. 상담원은 “알아보고 있다”며 4분이 넘는 시간을 끌었고 결국엔 “확인 된 후 연락을 주겠다”고 말했다. 오후가 되고 “10화는 일시적인 오류였다. 현재 정상화 되어 시청이 가능하다”는 문자가 왔다. 그리고 이 방송분은 티빙을 통해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ON+초점] ‘SNL’과 티빙, 그리고 최순실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

상담원의 말대로 ‘SNL’ 10화 다시 보기는 일시적인 오류였을까. 제기할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IPTV 역시 티빙과 같이 10화의 다시보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10회는 방송사의 요청으로 서비스 중지되었습니다’라는 안내문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올레TV 관계자는 “방송사 자체에서 KT에 다시보기 중지 요청을 했다. 심의 과정에 있어서 내보내는 안되는 게 있는 모양이다. 우리 쪽에 등록된 것을 봤을 때는 올해 1월에 요청한 것으로 나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10회분은 심의에 문제 될 게 없다. 오히려 시청자들과 언론의 호평을 받은 편이었다. Mnet ‘음악의 신2’처럼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이희진이 출연했던 것도 아니었다.

[ON+초점] ‘SNL’과 티빙, 그리고 최순실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

어수선한 시국, 대중은 뉴스보다 예능프로그램에 좀 더 관심을 둔다. “테이블을 탁하고 치니 도자기가 퍽하고 깨졌다”며 박종철 고문치사를 풍자하고,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대선 후보의 말을 따라 하는 과정은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선사했다. ‘SNL’은 80년도에도 해냈던 신랄한 풍자를 하지 못하게 될까. 의혹만 잔뜩 남긴, 이 기묘한 외압 논란은 ‘SNL’이 만든 또 하나의 코미디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tissue@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