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미국 정보기술(IT)업체들이 반발 강도를 높였다. 법적 투쟁도 들어갈 태세다.
31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구글 등 미국 IT기업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대한 위헌 소송을 지지하는 의견서를 제출할지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1일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회합은 소프트웨어 개발툴 회사 깃허브가 제안한 것으로 구글과 에어비앤비, 넷플릭스, 어도비시스템스, 드롭박스, 에버노트, 핀터레스트, 세일즈포스 등이 초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아마존과 익스피디아는 워싱턴주 법무장관이 30일 밤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에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위헌소송을 내자 이를 지지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익스피디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자사 해외 인력 채용 능력을 해치며 회사 핵심인 여행 알선업에 타격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다라 코스로샤히 익스피디아 CEO는 이란 태생으로, 1978년 본국에서 이슬람 혁명이 발생하자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우리나라(미국)는 이민자의 국가이며 그것이 우리의 뿌리이고 영혼인데 펜대를 한번 휘두르면서 모든 것이 지워져 버렸다”고 개탄했다.
아마존은 18만명 전체 직원 가운데 약 49명이 미국 행정명령 대상 국가 출신이며 이들 대부분이 제3국 시민권을 갖고 있고, 이란 출신으로서 제3국 시민권을 소지한 7명의 입사 희망자들이 최근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는 전체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와 의회 지도자에게 행정명령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면서 “회사 차원에서 법적 대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IT기업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인에게 전문직 취업비자 H-1B 발급을 제한하는 행정명령도 곧 서명할 것으로 알려지자 외국인 고용에 더욱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간판 IT기업 구글 직원들은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본사와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에서 시위를 벌였고 순다르 피차이 CEO,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도 시위 장소에 모습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피차이 구글 CEO는 본사 구내 식당에서 시위를 벌인 직원들에게 “이민이야말로 이 회사 창립의 핵”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리비아, 이란, 이라크, 시리아, 예멘, 수단, 소말리아 등의 테러 위험 7개국의 입국을 90일간 제한하고 시리아 난민 미국입국을 영구적으로 금지하며 난민입국 프로그램도 120일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