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1월 17일 미국의 포드자동차가 주식시장에 상장된다. 포드 가문과 주주 30만명의 공동 소유가 된다.
새 경영진은 제너럴모터스(GM)와 경쟁할 방법을 찾고자 했다. 시장 세그먼트 전략부터 손보기로 한다. 링컨은 포드 최고급 모델이지만 GM 캐딜락보다 아래 취급을 받았다. 링컨을 캐딜락에 맞추기로 한다.
그러자 아래 세그먼트가 허전해졌다. 새 브랜드를 하나 만들기로 한다. 프로젝트명은 `E Car`. 실험용 자동차(Experimental Car)를 뜻했다. 개발·제조·마케팅에 4억달러, 현재 가치로 40억달러를 투자한다. 포드가 아는 성공의 모든 공식을 집어넣는다. 브랜드는 `에드셀(Edsel)`로 정한다. 창업자 헨리 포드의 유일한 상속자이자 24년 동안 사장을 지낸 에드셀을 기리는 의미를 담았다.
집중 광고와 함께 1957년 9월 출시된다. 에드셀 커세어(Corsair). 디자인은 전후 번영기의 향수를 한껏 풍겼다. 5440cc 8기통 엔진, 길이 5.5m, 문 2개에 4인용 컨버터블. 2개의 동그란 전조등과 크롬 도금 그릴. 꼬리날개와 옆면을 흐르는 탄환 모양 장식까지.
그러나 `에드셀 디자인은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못한다. 1959년 12월에 겨우 1343대를 끝으로 퇴장한다.
같은 해 오스틴은 미니 세븐을 선보인다. 문 3개 해치백에 848cc 4기통 엔진을 달았다. 에드셀은 시간을 한참 벗어나 있었다. 미니는 2000년까지 500만대 팔렸다. BMW에 넘어간 후 지금도 여전히 미니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언젠가 어디선가 성공했다고 하자. 성공한 영업 모델과 잘 짜인 조직 문화도 있다. 성공 방정식은 명확해 보인다. 그러나 환경이 변한다. 새로운 조건에도 경험은 항상 유리하게 작용할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타룬 칸나 아시아연구소 소장은 사례는 상식과 다르다고 말한다. 메트로 캐시앤드캐리는 대형 식료품 도매 체인이다. 독일에서 시작해 서유럽으로 시장을 넓혔다. 그다음 동유럽과 러시아까지. 과거의 경험은 잘 작동했다. 성공 공식은 비슷해 보였다. 진리는 물리법칙 같다고 믿었다.
2008년 중국에 진출한다. 협력 기업도 찾아 뒀다. 지방정부도 협조했다. 예상 못한 문제에 부닥친다. 경쟁자는 전에 보던 대기업이 아니었다. 갓 잡은 물고기와 신선한 계란을 취급하는 재래시장 상인이다. 야채는 수레나 자전거에 실려 주차장 옆 가판에서 싼 값에 팔렸다. 메트로는 이후 7년 동안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카나 교수는 `맥락 지능(Contextual Intelligence)`이 필요하다고 한다. 성공 경험을 상황에 맞춰 적용하라. 몇 가지 조언한다.
첫째 맥락 이해하기다. 메트로는 인도에서 매장 진열장을 한층 촘촘히 배치했다. 복잡한 인도의 길거리 시장처럼 느끼게 했다.
둘째 맥락은 드러나야 한다. 이베이는 3년도 안 걸려 타오바오에 두 손을 들었다. 타오바오(world.taobao.com)와 중국 이베이(www.ebay.cn) 사이트를 비교해 보라. 왜 실패했는지 자명해 진다. 용춤과 사자춤의 나라에 이베이는 어울리지 않는다. 컬러는 칙칙하고 그래픽은 숨죽어 있다.
셋째 `WEIRD(서구의 교육 받고 공업화된 부유한 민주주의 국가) 증후군`에서 벗어나라. 43개 국가 수익률을 비교해 지도를 그렸다. 서로 닮아 있으면 푸른색으로 칠했다. 관계없으면 붉은색, 반대면 노란색을 칠했다. 성공 경험이 보편화돼 있다면 지도는 푸른색으로 보여야 한다. 정작 연구 결과는 태반이 붉은색으로 채워졌다. 노란색 점도 푸른색만큼 칠해졌다. 성공 공식은 경계를 넘기 힘들다.
넷째 맥락 기반(context-specific)으로 접근하라. 메트로는 기존의 현금 지불, 무배달 판매 방식 외에 배달과 외상 방식을 도입하고서야 수익을 냈다.
칸나 교수는 철학자 이사야 벌린을 인용한다. “사실을 아는 것(Knowing The Fact)과 판단하는 것(Making a Judgment)은 다르다.” 어쩌면 맥락 다루기는 알고 있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말의 경영학 표현일지 모르겠다. 놀랍게도 메트로는 인도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둔다. 그래서 맥락 다루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것인가 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