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 주자인 한국 반도체 업계는 자동차의 어떤 분야부터 공략해야 할까.
전문가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인포테인먼트, 탑승자 안전 영역을 거론했다. 기술 진입 장벽이 낮고 성장성 역시 높기 때문이다. 동력 계통 등은 탑승자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여서 기존의 시장 강자를 밀어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임기택 전자부품연구원(KETI) 모빌리티플랫폼연구센터장은 16일 “자동차 각 영역의 반도체 활용 증가 추이를 보면 ADAS와 인포테인먼트, 안전 영역이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 가운데에서도 ADAS 영역은 매년 20% 가까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센터장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CMOS이미지센서(CIS), 카메라 제어용 신호처리프로세서(ISP) 설계 능력이 세계 수준급이기 때문에 안전 요구 사항과 신뢰성을 높이면 승산이 충분히 있다.
전력 반도체도 국내 여러 업체가 생산하고 있다. 실리콘마이스터의 경우 자동차에 쓸 수 있는 60볼트(V), 80V 레귤레이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기술은 대형 액정표시장치(LCD)에 쓰이던 것으로, 일부 설계 변경을 통해 자동차에도 활용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기술은 당장 차량 인포테인먼트 기기에 탑재해도 손색이 없다. 장기 생산, 재고 유지 등 자동차 업체의 요구 사항만 충족시킨다면 오히려 기존 공급사(NXP, 텍사스인스트루먼츠 등)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세계 굴지의 기업과 경쟁해 아우디의 수주를 받아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졸음, 충돌 경고 등에 쓰이는 각종 센서류와 아날로그디지털컨버터(ADC) 등 기술도 한국 업계가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선 현대자동차가 전향 자세로 국내 기업과 연구개발(R&D) 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기존 공급사인 인피니언, 리니어 등과 협업하면서도 `키워서 써 먹는다`는 생각으로 국내 팹리스 등 여러 기업과 공동 R&D에 나서는 것도 대응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라면서 “정부도 자동차 분야로 여러 반도체 기업이 발을 담글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영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실장은 “미국 엔비디아 주가가 지난해 이맘때 10달러 수준에서 최근 100달러까지 크게 뛰어오른 것은 `자율주행차`를 실현할 수 있다는 꿈을 팔았기 때문”이라면서 “국내 기업도 하루 빨리 대응해 미래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