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국제표준화기구(ISO) 자동차 반도체 설계 안전 가이드라인(ISO 26262 제2판 파트11)을 준수한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설계기술(IP)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기술을 이전 받은 국내 팹리스 업체는 카메라로 들어온 영상 데이터를 인지, 분석하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솔루션을 만들어 세계 자동차 전장 시장을 공략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ETRI 정보통신기술(ICT) 소재부품연구소는 최근 팹리스업체 넥스트칩과 CPU 코어 `알덴바란3`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넥스트칩은 이미지신호처리프로세서(ISP) 공급 업체다. 넥스트칩은 차량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28나노 기반 비전 연산 시스템온칩(SoC)을 만들어 전장 시장에 진출한다.
정보선 넥스트칩 수석연구원은 “현재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로 만들어 고객사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면서 “연말께 SoC 샘플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해외 굴지의 완성차 업체는 넥스트칩 솔루션을 모빌아이 제품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제 안전 설계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TRI가 공급한 자동차 등급 알덴바란3 CPU 코어 IP는 내년 1월에 정식 발효되는 ISO 26262 제2판 반도체 설계 가이드라인(파트11)을 준수하는 세계 최초 제품이다. 고장률 예측, 칩 고장 시 이를 즉각 알려주는 안전 설계 블록이 탑재돼 있다. ETRI는 지난 수년 동안 ISO 26262 제2판 표준화 작업에 참여해 왔다. 일찌감치 세계 표준 제정 동향을 파악, 기술을 선점했다. ETRI는 성능을 높인 알덴바란5 기술을 개발, 상용화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 업계가 ISO 26262에 대응하는 신제품 개발 계획을 밝히고 있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자동차 반도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자동차 분야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신 `기술 장벽`으로 떠오를 ISO 26262 제2판 반도체 설계 가이드라인이 곧 발효됨에도 이런 사실을 인지조차 못한 업체도 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