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대면인증이 바꾼 금융투자업계

정보기술(IT) 발전이 금융투자 문화까지 바꾸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증권사에 허용된 비대면 실명 인증의 영향이다.

지점 부족으로 소매 영업이 힘든 중소형사도 자산관리 분야 등에서 은행과 경쟁해야 하는 대형사도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전체 비대면 계좌 개설 가운데 80% 가까이는 증권사에서 나왔다. 증권사가 비대면 실명 인증에 간편함을 더해 줄 각종 생체 인증 서비스를 앞장서서 도입하는 추세다.

너나 할 것 없이 비대면 신규 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에게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급기야 비대면 계좌 개설 이후 주식을 거래한 고객에게는 10년 동안 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증권사까지 등장했다. `제 살 깎기` 경쟁으로, 증권가 전체가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증권사 직원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도입으로 객장이 하나둘 문을 닫던 과거를 떠올린다. 여의도에 마지막을 지킨 시세전광판이 지난해 말에 사라졌듯 금융투자 문화도 변화에 직면했다. 비대면 실명 인증뿐만 아니라 로봇이 직접 자산을 관리하는 시대도 목전에 다가왔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성과가 나오기도 한다. 지점 수가 전국에 5개뿐인 메리츠종금증권은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신규 계좌 개설 고객 20%를 비대면 인증으로 유치했다. 우수인력 영입과 추가 유상증자 청약을 기대하는 고객이 비대면 인증으로 메리츠종금 계좌를 개설한 결과다. 좋은 투자 기회를 엿본 투자자는 추가 혜택 없이도 기꺼이 비대면으로 계좌를 만들었다.

문화가 바뀌어도 금융투자업계 본연의 업무는 결국 고객 자산 증식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좋은 투자 상품은 입소문을 타고 투자자가 몰리기 마련이다. 수수료를 무기로 `미끼 상품`만 내걸어선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는 필연이다. 금융투자 업계도 환경 변화에 적응, 경쟁력을 기르는 회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