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칼럼>배동석 전문위원 "고부가가치 특허로 4차 산업혁명 경쟁력 확보를"

배동석 국가지식재산위원회 활용 분과 전문위원 eastone.bae@gmail.com
배동석 국가지식재산위원회 활용 분과 전문위원 eastone.bae@gmail.com

◇과거와 현재의 한국특허(한국출원인 특허) 위상

특허분쟁에서 협상 테이블에 올릴 만한 특허가 별로 없던 시절이 있었다. 필자가 1990년대 기업에서 근무를 시작할 때 `수백억원의 특허료를 받아가는 상대 회사에 맞대응할 제대로 된 특허가 하나라도 있었으면`하는 간절함을 가졌다. 또 경쟁사 표준특허를 분석하면서 `우리도 이런 특허를 보유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아쉬움도 가졌다.

이제는 한국 기업 및 출연연구소도 글로벌 수준의 표준특허, 핵심특허를 상당한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다. 일례로 LTE 표준특허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최대 보유국 중 하나다. 하지만 특허에 내재된 가치를 활용할 때 적극적인 특허자산 수익화보다는 사업 보호에 주로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행히 최근에는 제한적이나마 보유 특허 현금유동화 및 수익화를 모색하는 현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국내 대학과 출연연구소도 특허를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허 가치를 평가 받고 싶어 하고, 수익화할 의지도 강해졌다. 중소기업은 정책자금을 기초로 민간자금을 유치하는 등 특허담보대출을 자금 확보에 활용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카이스트, 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 출연연구소도 특허권자로서 미국 법원에 침해소송을 제기해 특허료 수익을 노리는 등 특허수익화 사례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미래 한국특허의 바람

한국은 IT 및 BT 분야 핵심특허가 늘었고,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에 발맞춘 핵심특허를 확보했다. 특허수익화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한 한국특허펀드가 전향적으로 관련 사업에 투자했고,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적극적인 라이선스 및 소송으로 특허 수익을 벌어들여 국가 특허료 수지가 개선됐다.

이렇게 확보한 특허료가 다시 국가 핵심 연구개발(R&D) 자금으로 재투자됨으로써, 양질의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이 지속되기 위한 선순환적인 특허확보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다. 특허료 수익이 발명자에게 배분되면서 수많은 연구 인력의 발명개발 의지를 고취할 가능성도 생겼다.

위 바람처럼 한국 특허 위상이 발전됐으면 한다. 하지만 한국특허 가치가 아직까지는 미국특허(미국출원인 특허) 가치보다는 많이 부족하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진단되고 그에 따른 보완책이 제시되지만, 필자는 그중에서도 `IP금융 시스템 개선`과 `특허수익화 전문기업 육성`, `한국특허명세서 질적 향상 필요성`, `4차 산업혁명시대의 고부가가치 특허로 국제 경쟁력 확보 및 청년 일자리 창출`을 제시하겠다.

◇첫째: IP금융을 바라보는 한국 금융계 인식 전환 필요

특허도 현금흐름(Cash Flow)을 창출하는 투자자산이라는 인식은 특허업계에서 자리 잡은 명제다. 다만 아쉽게도 한국 시장이 아니라 주로 미국 시장 얘기다. 미국특허(미국출원인 특허) 가치는 한국보다 평균 수십~수백배로 평가 받는다고 한다. 이 배경에는 특허로 돈을 버는데 관심 있는 특허펀드가 있고, 이들 특허펀드를 운용하는 금융회사(주로 투자은행)가 있기에 가능한 현상이다. 특허로 현금흐름을 창출하려면 고부가가치 특허가 있어야 하지만, 독점적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잠자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

권리를 행사하려면 수익화 전문 인력과 전문 로펌을 움직여야 하는데 이들은 모두 고가의 인건비를 수반한다. 투자은행 입장에서는 향후 특허료를 사용 기업으로부터 받은 뒤 비용을 제외한 수익이 발생한다면 수익성을 보고 투자할 수 있다. 이들 미국 특허 펀드는 `원금보장`을 주창하지 않는다. 투자 리스크를 다룰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한국 금융계는 특허 투자에 대한 인식이 아직까지는 `원금보장`을 주창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둘째: 특허수익화 전문업계 발전 필요성

특허수익화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먼저 돈 되는 특허와 그렇지 않은 특허를 구분할 수 있는 분석력을 동반한 전문성이 필요하다. 평균적으로 특허 라이선스와 소송 경험이 10년 이상인 전문가를 보유한 특허전문회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에는 1000억원 이상의 특허자산 또는 특허펀드를 운영하는 50여개의 특허전문회사가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중 20여곳은 나스닥에 상장됐다. 한국 특허업계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특허전문회사를 다수 육성할 필요가 있다.

특허전문회사는 △특허거래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 △특허 라이선스 대행 △특허자산 확보·금융화를 통한 수익성 확보 등으로 구분된다. 다양한 특허거래는 발명자의 기술 혁신을 대변하고 시장가치평가에 피드백을 줌으로써 발명의식을 고취하는 순기능도 있다.

국내에도 2009년 설립한 특허전문회사 아이피큐브파트너스(최근 Korea Patent Investment Corporation으로 새롭게 출범)와, 2010년 출범한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가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방어형 및 공익형 특허펀드 역할을 해왔다. 현재까지 두 회사가 투자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특허도 5000여건을 넘고 투자금액도 1200억원을 상회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방어형 목적을 넘어서 한국특허를 활용한 수익화 사업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특허 매각과 라이선스 사업을 통한 의미 있는 실적을 내고 있다.

또한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는 특허 기반 금융회사를 자회사(아이디어브릿지, 아이디벤처스)로 두고 특허자산에 직접 투자하거나 우수특허 보유기업에 투자하는 신개념 IP금융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들 특허전문기업이 특허수익화 전문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업계 분위기 조성이 요구된다.

특허를 보유한다는 것은 특허기술 실시권을 부여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인데, 유지관리비용이 발생하므로 보유만 하고 있을 순 없다. 특허자산을 활용해 다시 현금으로 만들어서 새로운 특허를 매입하고 항상 신선하고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야 새로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만약 적극적 활용이 없는 단순 보유만 한다면 특허관리전문회사는 수익성 악화로 사업 연속성을 잃게 될 것이다. 특허를 적극 수익화해 매출을 일으키고, 발생한 매출을 재투자하여 새로운 특허를 매입해 또다시 활용하는 선순환 과정이 지속돼야 한다.

수익화 과정에서 국내 IP금융 투자자와 미국 IP금융 투자자의 인식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원금보장이 투자의 최우선 조건이다. 부동산 담보대출 관행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실제로는 투자대상물인 특허자산을 검증할 전문성이 충분치 않아 특허자산 투자를 판단하지 못한 결과로 봐야 한다. 또 특허자산 활용에 필요한 비용(평가 수행·전문가 및 로펌 비용 등)에 대한 예산책정이 없어서 돈을 벌 수 있는 특허가 있어도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반면 미국의 IP금융 투자자는 특허자산을 평가하고 검증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에서도 우수 특허를 적극 아웃소싱하고 있다. 이들은 돈 되는 특허를 발견하여 투자를 결정했다면 `원금보장`을 굳이 투자조건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투자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수익 배분율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려고 노력한다. 미국 내 활발하게 해외 우수 특허자산을 아웃소싱하는 특허펀드에는 포트리스, 벤치마크, 엘리오스, 에퀴타스, 버포드, 와이랜, 컨버전트아이피 등이 있다. 만약 미국 특허펀드들이 한국 특허권자의 우수특허를 아웃소싱해 투자했다면, 이들은 한국 기업을 상대로 특허료를 받아가는 수익화 사업을 할 것이므로 결국 한국 기업들이 미국 특허펀드에 특허료를 내는 역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한국 특허업계나 금융업계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셋째: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한 한국특허명세서 질적 향상 필요성

“국내외 특허 출원 건수, 인구 대비 특허 출원에서 상위권을 기록한 것 외에도 한국은 미국·유럽·일본·중국 특허청과 함께 세계 지식재산권 정책·협력을 선도하는 IP5 회원국이다. 양적 측면에서 특허강국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특허침해로 보상받는 배상액, 그리고 등록특허 대비 권리행사(특허침해소송비율) 등 활용 면에서 한국특허의 경제적 가치는 미국특허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선희 미국변호사가 지난 1월 IP노믹스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한국특허의 질이다. 기술적 질은 높으나 기술을 특허권리화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특허 권리범위를 좌우하는 특허명세서 질이 아직 선진국보다 약한 것이 사실이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다수의 대학과 출연연구소, 중소기업의 특허명세서 작성 프로세스와 예산의 혁신적인 개선 없이는 바뀌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10조원이 넘는 국가 R&D 예산 중 특허출원·관리·수익화 예산을 별도 책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 주요 출연연구소의 특허출원 1건당 평균 변리사 수임료는 100만원을 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중국 기업은 200만원을 상회한다. 제조업 경쟁력을 특허경쟁력으로 보완할 기회마저 놓쳐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개선하지 않으면 특허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것 외에도, 머지않아 중국이 보유한 특허에 한국 기업이 특허료를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일부 수익화 사례를 보면 한국 연구원 역량과 연구결과의 질은 글로벌 수준에 버금간다. 다만 연구결과물을 특허명세서로 옮기는 전문성과 예산 수준은 미국에 한참 못 미친다. 미국보다 투입인력과 과정이 상대적으로 간소한데다 예산이 받쳐주지 않는다. 언어 장벽 및 변리업을 과소평가하는 분위기도 한몫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 문제다.

기술개발 과제 투입예산 항목에서 특허 출원 및 향후 관리 비용 항목은 분리 책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절대 질 높은 특허명세서를 기대할 수 없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특허명세서가 뒷받침하지 못하면 특허침해소송에서 침해 판결을 받기도 전에 특허 권리범위 확인 과정에서 많은 하자를 발견할 것이고, 승소해도 많은 손해배상액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술 관점에서 보면 한국 발명자들은 글로벌 수준의 IT, BT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소속 기업 사업 분야인 하드웨어 제조·생산에 얽매여 선진국이 이미 만들어놓은 `큰 기술` 범위 내에서 `작은 기술`을 양산하는 수준의 특허가 다수다. 이마저도 해당 제조품을 벗어나는 기술 개발로 확대되진 못하고 있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미국특허는 운영체제,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로봇, 신약 등 산업계 패러다임을 큰 폭으로 바꿀 수 있는 `큰 기술`을 기대하면서 기존 발명과 차별화된 연구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특허는 이들 미국특허의 `큰 변화`를 신속하게 감지해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구사하는 양상이어서 상대적으로 `작은 기술` 특허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한국특허 위상을 높이려면 먼저 `큰 기술`에 투자하고 이를 권리화한 큰 특허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는 발명자들의 `발명발굴` 인식에 변화를 줘야 가능하다. 선진국 발명자·특허전문가의 발명개발 및 특허명세서 작성방법 연구와 개선을 지속해야 한다. 그나마 글로벌 수준의 한국 대기업의 특허개발 및 관리 노하우가 녹아 들어가 한국특허의 전반적인 수준이 많이 향상돼 왔다. 앞으로는 이를 기반으로 큰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더해져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넷째: 4차 산업혁명시대 고부가가치 특허로 국제 경쟁력 확보와 청년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시작됐다. 지난 1월 미국 CES에는 자율자동차, 드론, 가상현실, 웨어러블기기, 사물인터넷기기, 첨단바이오·의료기기, 로봇 등이 인공지능과 결합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이 대거 전시돼 관람객 눈길을 끌었다. 모든 가전제품이 인공지능과 연결돼 인간과 음성으로 인터페이스를 하면서 인간 감정까지 헤아릴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가 R&D 예산이 15조원을 넘었지만 여전히 핵심특허 확보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확보 면에서 국제 경쟁력은 부족하다. 먼저 국가 주도의 출연연구소 R&D역량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 아래 그림은 그 일례를 보여주는 청사진이다.

4차 산업혁명 대응 국가 연구개발 특허권 활용전략 개념도/자료: 배동석 국가지식재산위원회 활 용분과 전문위원
4차 산업혁명 대응 국가 연구개발 특허권 활용전략 개념도/자료: 배동석 국가지식재산위원회 활 용분과 전문위원

현재 국가 R&D 편재는 통신, 에너지, 화학, 기계, 로봇 등 각각 독립조직으로 돼 있는데, 이를 연결형 모듈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기술을 통합 또는 모듈 형태로 재편하고, 이들 기술에서 발굴한 특허를 관리할 수 있는 `통합형 지재권 전략기획센터`를 만든다면 효율을 좀 더 높일 수 있다.

지재권 전략기획센터는 독립형 조직에서 연구하던 인력들이 협업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4차 산업혁명에 활용할 통합형 발명이 가능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청년 인재는 다양한 창의력 발휘와 함께 새로운 감각을 가졌으므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 및 응용 분야를 감각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세대다. 특허 청년 기술인재와 특허사업화 인재를 적극 육성해 4차 산업혁명의 고부가가치 특허를 개발하는데 참여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 한국특허의 질적 성장과 시대를 앞서가는 고부가가치 특허 창출 역량이 커질 것으로 본다. 또한 한국 특허업계와 금융업계가 수익화 사업을 발전시킨다면 4차 산업혁명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청년인재가 참여할 일자리 창출도 예상할 수 있다.

결국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한국 특허업계와 금융업계 및 국가 R&D 재편 등 전방위적인 발전방향성 제시가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세 내용은 IP노믹스 홈페이지(www.ipnomics.co.kr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배동석 국가지식재산위원회 활용 분과 전문위원 eastone.ba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