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애니메이션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증강현실(AR)게임 `포켓몬 고`가 국내외에서 인기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게임은 유행만큼이나 기술·사회적 측면에서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컬처 에센스(Culture Essence)`에서는 `포켓몬 고`가 국내에 가져온 현상들을 다각적으로 분석해본다.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 실생활을 증강시키다
게임 `포켓몬 고`는 증강현실 및 위치기반 게임 개발사 나이언틱이 만든 모바일게임이다. 플레이방식은 스마트 디바이스에서 게임을 켜고 이동하는 도중 포켓몬이 발견되면 몬스터볼을 던져 포획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유명장소나 특정 상징물 부근에 있는 `포켓스톱`에서는 포획용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고, `체육관`에서는 포켓몬 간 대결을 펼칠 수도 있다. 구동기술은 전작인 `인그레스(Ingress)`와 맥을 같이한다. 유저의 스마트 디바이스 내 GPS와 가속도 센서, 외부 지도데이터가 결합돼 위치와 이동거리, 속도 등이 체크된다. 여기에 AR로 구현된 포켓몬 콘텐츠가 부가적으로 가미된다.
현재 `포켓몬 고`는 지난달 24일 정식 출시 이후 주당 평균 648만회 이용률을 기록하며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신드롬`으로까지 언급되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포켓몬 고`는 사회영역에 다양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우선 `포켓몬 고`의 가장 큰 의의는 `워킹맨`을 `런닝맨`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포켓몬 고`는 증강현실과 함께 GPS, 센서(자이로스코프) 등을 활용, 디바이스를 가진 유저가 움직이지 않으면 게임 내 캐릭터도 움직이지 않는다. 또 차량이나 대중교통 등 일반적인 보행속도 이상으로 이동하면 게임플레이가 제한된다. 이런 `포켓몬 고`의 게임방식은 바쁜 현실을 겪으면서 개인적인 외부활동을 꺼리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활동 메커니즘과 여유를 선물했다.
또 그동안 도외시되던 역사적 유적지나 공원, 관광지에 대한 재조명을 이끌어냈다는 점도 큰 의의로 꼽힌다. 대표적인 예로 강원도 속초지역은 평소 방문객이 많지 않은 관광지였지만, 정식오픈 전까지 국내 유일 `포켓몬 고` 플레이 가능지역으로 부각되면서 경제특수를 누린 바 있다. 또 게임 아이템을 획득하는 `포켓스톱`이나 대결장소인 `체육관`, 희귀 몬스터 출몰지역 등이 위치한 주요 관광지나 공원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나 역사 인식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됐다.
이밖에도 `포켓몬 고`는 증강현실의 대중적인 인식 확산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인정받는다. 당초 증강현실 분야는 구글글래스 등의 상용 제품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에 비해 낮은 인지도를 갖고 있었다. 특히 국내에서는 가상현실(VR)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학계나 기술계통 외에는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포켓몬 고`는 증강현실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필요성을 부각시켜 관련 생태계 성숙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된다.
문화계 한 관계자는 “포켓몬 고 정식출시 이후 도심지 공원을 거니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물론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경복궁이나 인사동, 홍대나 강남역 부근 등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며 “지역특수를 누렸던 강원 속초시 만큼은 아니지만 주당 평균 648만회 정도 이용률을 바탕으로 지역상권이 일부 살아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포켓몬 고는 가상현실에 비해 관심이 저조했던 AR 기술에 대한 대중인식과 수요를 이끌어냈다”며 “이에 `터닝메카드 고`와 같은 유사게임 출시와 다양한 제품개발에 돌입하면서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증강현실의 생태계도 확산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켓몬 고` 신드롬, `스마트 사회` 변혁의 첫 걸음
이렇듯 `포켓몬 고`는 국내문화를 바꾸는 하나의 디지털 신드롬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일부 대중과 기술계 사이에서는 `포켓몬 고` 신드롬의 한계에 주목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이 지적하는 우려는 △안전사고 △해킹 △기타 강력범죄다.
먼저 `포켓몬 고` 관련 안전사고는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과 마찬가지로 주의력 분산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디바이스를 가진 유저의 움직임에 따라 플레이가 진행되는 `포켓몬 고`는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에 탑재돼 있는 자동실행 기능이 없다. 이에 주의력이 분산되면서 보행중 교통사고나 장애물에 넘어지는 낙상사고, 차량충돌 등의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현재 경찰을 중심으로 사고예방 캠페인이나 현수막, 벌금 등의 방법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고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해킹은 현대 스마트 사회에서 늘 부각되는 문제다. `포켓몬 고`로 제기되는 해킹문제는 게임 자체가 아니라 플레이를 보조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악의적으로 변경한데서 유래됐다. `포켓몬 고` 유저들은 대개 보유 포켓몬의 등급과 전투력, 희귀 포켓몬의 위치정보와 자동사냥 기능을 필요로 한다. 현재 이를 위한 보조프로그램이 통합 앱 플랫폼에서 다수 발견된다. 그런데 이 가운데는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무분별하게 광고가 게재되는 앱은 물론, 개인 모바일 디바이스를 좀비PC화 시킬 수 있는 악성 애플리케이션도 존재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좀비 악성코드를 삽입한 `포켓몬 고` 보조 애플리케이션 유포혐의로 붙잡힌 청소년의 사례와 함께 과거 미국 일부지역에서 사물인터넷(IoT)기기를 해킹해 분산서비스거부(DDOS, Distribute Denial of Service) 공격을 일으켰던 예가 있었던 만큼, `포켓몬 고` 유행에 따른 모바일 디바이스 보안 필요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여타 모바일게임에 비해 `포켓몬 고`는 직접적인 신체의 이동에 맞춰 움직이는 시스템이라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가 더 필요하다”며 “또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자체적으로 보조프로그램 방지에 나서고 있지만, 게임을 좀 더 편하게 하려는 사람들의 수요는 계속 있기 때문에 원천적인 차단으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해킹우려 방지에 대한 노력을 계속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우려는 강력범죄 가능성이다. 포켓몬 고의 아이템 지급소인 `포켓스톱`이 많이 몰려있는 곳 중 하나가 한적한 공원이다. 이를 활용한 강·절도 등의 강력 범죄가 우려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해외의 경우 공원에 있는 포켓스톱에 은밀히 숨어 있다가 유저들의 돈을 노린 강도 일당을 붙잡은 사례가 있을만큼 국내에서도 유사사건 발생 우려가 높다. 또 포켓몬 고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스크린샷 기능을 활용한 몰래카메라 범죄도 발생할 우려도 있다.
사회 일각에서는 “스마트사회로 진화할수록 강력 범죄도 진화하는 모습을 띠기 때문에, 포켓몬 고 게임 유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모방 범죄나 기술 악용 범죄 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편 `포켓몬 고`는 AR게임 대표주자로 IT와 경제, 사회문화 분야에서 다양한 시사점을 남김과 동시에, 지도 데이터 반출 거부 등 국가적 차원에서의 고려사항도 발생시키는 등 변화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