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미국에 세탁기 공장 건설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다른 국내 기업의 미국 투자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와 외국기업의 미국내 투자를 강조하고 있어서다.
LG전자가 미국 세탁기 공장 설립을 검토한 것은 지난 2010년부터다. 미국 시장 중요도가 커지면서 현지 맞춤형 생산 필요성이 높아졌고 반덤핑 제소 공세를 피하기 위한 차원도 있었다. 오랜 기간 검토 끝에 테네시주로 최종 결정했다. 하지만 최종 결정 과정에는 올해 출범한 미국 트럼프 정부의 압박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주완 LG전자 미국법인장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공장 건립의 핵심 동기는 아니지만 관세도 고려사항 중 하나였다”면서 “새 공장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미국 제조업을 부흥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 목표를 더욱 진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국에서 사업하는 외국 기업에 대해 미국 내 투자를 요구해왔으며 관세 등으로 보복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국내기업들도 멕시코나 베트남 등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판매할 때 부과될 보복성 관세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LG전자가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공장 건설을 통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 테네시주 세탁기 공장을 건설하면 현지에서 6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에 이어 삼성전자, 현대차 등 다른 한국 기업도 미국내 투자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압박해 특히 부담이 큰 상황이다. 지난달 외신에서 삼성전자가 미국 공장 건설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온 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인용해 “땡큐 삼성!”이라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반도체 공장에 10억달러 규모 보완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해 인수한 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데이코의 로스앤젤레스 공장을 확충해 냉장고를 생산할 계획이며 추가 가전 공장 신설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앨라배마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을 가전 공장 설립 후보지로 정하고, 주정부 등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이미 건물이 있는 곳을 부지로 검토하고 있어 이르면 내년부터 현지 공장을 가동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도 오는 2021년까지 5년간 미국에 31억달러를 투자하고 앨라배마 공장에 이어 제2공장 건설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우리 기업이 미국에 생산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아주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국내 제조업 기반이 지속 약화되고 일자리 역시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서를 감안해 LG전자는 미국 공장 가동 후에도 미국에 수출하는 창원 공장 세탁기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한편 GM, 포드자동차, 폭스콘 등 외국 기업도 멕시코 등 공장 신·증설 계획을 포기하고 미국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