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김두철)이 바구니모양의 분자로 마치 낚시하듯 특정 단백질만 채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질병 기작 파악, 신약 개발, 약물 부작용 연구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IBS는 김기문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장 연구팀이 분자 바구니 `쿠커비투릴`를 이용해 고순도 단백질을 얻는 정제법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쿠커비투릴은 속이 빈 호박 모양의 분자다. 빈 공간에 작은 분자를 담을 수 있다.
연구팀은 쿠커비투릴을 활용해 탈아세틸화효소(암세포 생존에 관여하는 단백질)를 채취했다. 탈아세틸화효소와 상호작용하는 `사하 약물(피부T세포 림프종치료제)`을 미끼로 썼다. 두 가지 물질이 결합하면 쿠커비투릴 수용체가 이들과 재차 결합하는 방식이다. 이후 페로센 변형화합물을 투여하면 탈아세틸화효소만 남게 된다. 쿠커비투릴이 페로센 화합물과 강하게 결합해 탈아세틸화효소와 분리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들 과정을 통해 어떠한 영향 없이 원하는 단백질만을 정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틴·스트렙타아비딘` 결합쌍을 활용한 기존 정제법은 다른 단백질까지 정제해 신뢰도가 낮다.
김기문 단장은 “미끼 약물을 바꾸면 얼마든지 다른 단백질을 분리할 수 있다”면서 “약물의 부작용을 낮추고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에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화학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안게반테 케미` 2월 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