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업체가 연구개발(R&D) 투자에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대비 투자액 비중을 비교한 결과 외국 기업에 반에 반도 안되는 충격의 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기업이 매출의 약 15%를 R&D에 재투자하는 반면에 우리 기업의 R&D 투자액은 매출 대비 2.9%에 그쳤다.
숫자만 비교하면 12%포인트(P)나 낮다. 문제는 글로벌 기업의 매출이 많게는 10배 이상 많다는 것이다. 투자액 절대치를 비교하면 격차는 수십배로 벌어지는 셈이다.
R&D는 미래 시장에 대한 투자다. 시장을 선도하거나 지속 성장하려면 과감한 R&D 투자가 필요하다. 지금도 우리나라 장비 기업은 글로벌 기업을 쫓아가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R&D 투자 금액이 터무니없이 낮다. 이런 식이면 국내 기업의 글로벌 기업 추월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한국 장비 기업이 R&D 투자에 인색한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우선 모험보다 안정 위주 경영을 펼치는 장비업계의 비즈니스 풍토다. 한국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세계 정상을 다투는 소자업체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과 처음 거래를 트는 것이 어렵지만 한 번 성사되면 안정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들 협력사 대열에 동참하면 새로운 장비를 새로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식의 보수 경영에 나선다. 사실상 소자업체의 하청업체로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포기한다.
또 하나는 소자업체의 횡포다. 국산 장비를 대개 외산 장비 가격 인하용으로 구매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이윤은 박하고 구매 물량도 많지 않다. 영업이익이 적으니 장비업체가 R&D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이런 악순환은 장비업계뿐만 아니라 소자업계에도 폐해로 돌아온다. 국산 장비의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면 다시 외산 장비를 비싸게 구매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와 소자업계가 미래 경쟁력에 초점을 맞춘 상생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