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할 때 받는 세금 혜택이 4년 만에 1조원 넘게 깎였다.
R&D 조세특례 제도를 실제로 적용 받는 기업이 줄었거나 일몰 제도가 신설 제도보다 많았다는 의미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R&D 분야 조세 지출(조세감면·비과세·소득공제 등으로 제공하는 세금 혜택)이 2013년(3조4983억원)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 올해 2조4787억원에 머물렀다.
R&D 분야 조세 지출은 2011년 2조7643억원, 2012년 3조1523억원, 2013년 3조4983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그러나 2014년 3조3093억원으로 축소된 후 2015년 3조2540억원, 2016년 2조5209억원, 2017년 2조4787억원까지 떨어졌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4년 동안 전체 조세 지출 규모를 3조2036억원 확대(2013년 33조8350억원→2017년 37조386억원)했지만 R&D는 오히려 1조196억원 줄였다.
20여개 세부 조세 특례 분야 가운데 4년 동안 조세 지출이 1조원 넘게 줄어든 것은 R&D뿐이다. 조세 특례 전체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에는 10.3%였지만 올해 6.69%까지 떨어졌다.
기재부는 “2016년과 비교해 올해 조세 지출 비중은 국민생활안정, 근로·자녀 장려, 중소기업 등은 늘고 R&D와 간접 국세는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R&D 조세 특례 규모가 축소됐다는 것은 제도 실효성이 부족해 혜택을 적용받는 기업이 줄거나 없어지고 일몰한 제도가 신설 제도보다 많았다는 의미다.
예컨대 `연구·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 공제` 규모는 2015년 2조8158억원에서 2016년 2조802억원으로 7356억원 줄었다.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기업이 줄어든 것이다. `창업자 등에의 출자에 대한 과세특례`는 2015년, 2016년 모두 실적이 전무했다. 기재부는 올해도 실적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R&D 조세 지출 축소는 기업 입장에서는 `세 부담 확대`와 다를 바 없다. 좀 더 많은 기업이 조세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제도 실효성을 높이고 R&D를 촉진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세 지출 관련 근거를 담은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이 가능한 정부와 국회의 관심 제고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상의 세금 혜택이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대기업 대상 지원을 줄이면서 R&D 분야 조세 지출 전반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조특법 개정이 필요한 문제인 만큼 정부와 국회 관심 제고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R&D 분야 조세지출 현황(자료:기획재정부)>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