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스라엘 R&D 성공 비결

[기고]이스라엘 R&D 성공 비결

이스라엘은 최근 국제 경제 위기 속에서 안정된 경제 성장을 이룬 몇 안 되는 나라다. 2009년 9.4%에 이르던 실업률은 지난해 5월 4.8%로 감소, 33년 만에 최저 실업률을 달성했다. 2013년 이후 3만6000달러 이상 높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이어 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전체 수출의 50%를 감당하는 이스라엘 혁신 기술 기업이 있다. 텔아비브는 실리콘밸리 다음으로 창업하기 좋은 지역이다. 이스라엘에는 약 6000개의 스타트업이 운영되고 있다.

창업 국가 이스라엘의 연구개발(R&D) 정책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는가.

이스라엘의 전체 산업 R&D 정책은 경제산업부의 수석과학관실이 총괄 담당한다. 1984년에 제정한 `산업 R&D 장려법` 이후 수석과학관실은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딛고 창업 국가의 발판이 된 요즈마 펀드, 기술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성공시켰다. 수석과학관(차관급)은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6년 임기를 보장받으며, 산업 R&D 정책 시행과 예산 배분에서 독자 권한을 행사한다. 이것이 사업화 성공률에 연연하지 않고 도전 R&D 과제를 적극 지원, 적은 수지만 화력 강한 성공 사례를 배출해 낼 수 있게 된 정부의 R&D 정책 요인이다.

수석과학관실은 5명의 헤드를 포함한 170여명의 전문평가위원단을 운영한다. 전문평가위원단 안에서 모든 R&D 과제를 평가한다. 평가위원은 과제 평가뿐만 아니라 산업과 R&D 동향 전문가로 숙련된다. 인텔, 애플, 구글, 삼성 등 300여개 다국적 기업 R&D 센터가 들어찬 이스라엘은 세계 산업 R&D의 축소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산업 추세가 급변하고 산업 간 융합도 심화할 전망이다. 우수한 산업 동향 정보 전문가 집단을 활용한 R&D 정책은 더욱 시장 수요에 민첩하고 효과 높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비 하손 수석과학관은 “우리는 위험 부담이 너무 커서 민간 투자 기관이 투자하지 못하는 혁신 R&D 과제를 지원한다”면서 “수석과학관실이 지원한 과제의 사업화 성공률이 30%를 넘으면 너무 평범한 과제들을 지원했다고 자성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R&D 정책이 얼마나 혁신 R&D에 가치를 두는지 알 수 있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R&D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이 떨어지는 국회의원들에게 정부가 올해 지원한 R&D의 정량 성과를 힘겹게 설명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 상황에서 세계 최고 기술의 개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스라엘에도 국회가 있고, 정부의 예산 사용에 관해 견제하고 있지만 R&D를 통한 사업화 성공률이나 총 매출액 발생 등과 같은 정량 성과에 관해 일일이 국회에 보고하고 감독받지는 않는다.” 데보라 샤베스 한국 이스라엘재단 이스라엘 지사장의 이 얘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새 정부는 R&D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입안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조직을 갖출 것이다. 물론 화두는 산업 융합과 4차 산업혁명이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산업 동향과 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정부의 R&D 정책 지원 체계가 갖춰지기를 바란다. 한국과 이스라엘의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이스라엘의 경제산업부 수석과학관실과 똑같은 정책 및 시스템이 우리에게 최선이냐에 대해서는 숙고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참고할 부분이 많다는 것은 확실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R&D는 실패 사례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혁신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이다.

최태훈 한·이스라엘 산업연구개발재단 사무총장 thchoi@koril.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