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VR게임, 이제는 문화와 가치를 담자

대구 시내 중심가에 국내 첫 공간 기반의 멀티플레이 가상현실(VR) 전용 게임방 `영스퀘어 캠프브이알`이 문을 열었다. 여러 명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VR 게임방이다. 첫날부터 VR 게임을 체험하려는 젊은이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스페이스 워리어`라는 VR 슈팅게임에 도전해 봤다. 처음에는 `첨단 VR 기술을 탑재했지만 게임은 게임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이런 선입견은 곧바로 사라졌다. 시작부터 빠져들고 말았다. 현실감과 몰입감이 상상 이상이었다.

VR 게임의 고질병이라는 어지럼증이나 멀미가 거의 없었다. VR 기술도 계속 발전하면서 VR 게임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해 나갈지를 생각하면 전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2015년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GDC)에서 VR 게임 기업은 대부분 시장 가능성에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불과 2년 뒤에는 시장 가능성 논란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장 출시 가능한 VR 게임이 쏟아졌다. VR 기술 진화가 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캠프브이알은 VR 게임 시장을 여는 신호탄이다. 다음 달에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도 문을 연다. 중국과 대만에도 진출한다. VR 게임 대중화 시대의 막이 올랐다.

이제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VR 기술은 당장 부족하더라도 언젠가는 해결되기 마련이다. 앞으로는 단순히 사용자에게 놀라운 경험을 제공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문화와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VR 게임은 아니지만 감동이 묻어나는 것으로 알려진 게임이 있다. 알래스카 이누피아크족 전통을 담은 `네버얼론`이다. 글로벌 VR 게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기술에 만족하지 말고 문화, 전통, 가치를 담아야 한다. 더 좋은 VR 콘텐츠를 고민해야 할 때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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