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글로벌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 도입과 업무 프로세스 개선으로 물류, 인사, 재무 영역에서도 큰 성과를 봤다. 물류 분야에선 일처리 단계를 줄여 고객사에 제품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배송할 수 있게 됐다. 물류창고 운용비용도 크게 줄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ERP 도입 후 본사와 판매법인 간 15단계인 업무 절차를 8단계로 간소화했다. 글로벌 354개 고객사의 주문 유형도 33개로 표준화했다. 이에 따라 물류 처리 시간이 기존의 평균 3.2일에서 47% 줄어든 1.7일로 단축됐다. 각국 법인별로 운영하던 10개 재고관리 시스템은 본사 중심의 통합 재고관리 시스템으로 통합됐다. 이를 통해 재고 데이터의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재고 관리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본사에서 고객에게 제품을 직접 배송하는 일이 늘었다. 싱가포르, 일본, 대만 판매법인이 운용하던 창고를 폐쇄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인사 영역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인사시스템, 성과관리시스템, 교육시스템으로 분리 운영되던 3개의 개별 시스템을 통합하고 조직·직무코드 등 수많은 인사 정보를 정비했다. 본사와 법인별로 다른 사번 체계도 일곱 자릿수로 통일했다. 재무와 인사로 분리 운영되던 급여 처리 업무를 인사 부서로 일원화하고 전임직 근태 처리 등 수기로 관리되던 업무를 전산화해 일 처리 전반의 효율성을 높였다.
글로벌 ERP 구축으로 본사와 글로벌 판매법인 전체의 회계 정보를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게 된 점은 재무 분야에서 가장 크게 꼽는 성과다.
과거 `재무를 위한 결산` 작업을 했다면 지금은 현업 관계자가 매출 또는 비용 처리 사안이 발생함과 동시에 시스템에 접속, 숫자를 입력하는 체계로 변경됐다. 그때그때 기입한 숫자는 차곡차곡 쌓여서 결산에 직접 반영된다. 이를 통해 결산 일정을 하루 앞당길 수 있게 됐다는 것이 SK하이닉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제조 생산 기획 영역에선 37개 공정별 수불 정보를 포함한 통합 수불시스템을 구축했다. 유지보수 비용과 감가상각비를 장비별로 직접 귀속시켜서 제조 원가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향상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13일 “정형 및 비정형 분석 환경이 마련되면서 물류, 구매, 설비, 재무, 인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요 지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면서 “지난해 제조 현업에서 국산화해 고비용 파츠 사용 주기 개선, 업체 간 단가 비교, 정비 개선과 고장 분석 데이터를 활용해 약 27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큰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ERP와 공급망관리(SCM) 시스템 연계성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회사는 고객사의 제품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교한 생산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글로벌 SCM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관련 프로세스도 연구하고 있다. 제품 연구개발(R&D) 분야에서도 ERP와의 연계성을 높인다.
회사 관계자는 “ERP 관련 전사 업무 영역에서 성과 창출이 가능한 과제를 적극 추진하는 한편 `전체 최적화` 관점에서 프로세스 개선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