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창업기업 성공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투자기관도 변해야 한다.
미래 잠재성까지 분석이 가능한 투자 기법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되 될성 푸른 기업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는 기술이 필요다.
스타트업 투자는 어렵다. 정비되지 않은 기업을 어떻게 평가하면 좋을지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최근 핀테크나 스타트업 기업 투자가 늘고 있지만 성공사례는 극히 드물다.
최근 미국에서는 벤처캐피털(VC) 전문기업 '서클업(Circle UP)' 투자모형이 부상하고 있다. 데이터를 활용해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스타트업을 자동 평가한다. 클래시파이어(Classifire)라는 스타트업 기업 자동 평가시스템을 개발했다.
창업 4년만에 187개 스타트업에 30억달러 조달을 성공시켰다.
서클업은 스타트업을 어떤 방법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일까. 에퀴티 투자형이라는 독특한 크라우드펀딩 방식이다.
2012년부터 2015년 말까지 4년간 서클업에 신청한 기업은 1만개사가 넘는다. 서클업의 애널리스트가 이들 기업을 평가했다. 2014년 3월부터 애널리스트를 위한 소프트웨어로 사전 선별하는 체제를 만들었다. 그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일반 VC는 1년에 많아야 500개 기업을 평가하는 것이 고작이다. 서클업은 클래시파이어 기법을 이용해 10명도 되지 않는 애널리스트가 500개사의 정확한 평가를 불과 1개월만에 완료했다.
기업당 평균 9만2000개의 데이터 항목을 기초로 평가한다. 스타트업 평가를 자동화하고 있는 기업은 세계 최초다. 그만큼 독창적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정보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기업의 재무데이터, 팀 멤버, 업계와 경쟁 상황, 상품·브랜드, 고객, 투자회수 가능성 등이다.
재무 데이터에서는 수익, 성장력, 마진 등을 점검한다. 팀에서는 전 직장의 경험, 인적 네트워크, 백그라운드 항목이 있다. 업계와 경쟁상황에서는 업계의 시장규모, 경쟁사의 매출, 경쟁사의 가격정책 등을 담고 있다.
상품〃브랜드에서는 소셜미디어에서의 등급 리뷰, 재고최소단위(SKU)의 다양성, 가격·고객 항목에서는 고객 분포와 고정고객, 마케팅·엑시트 가능성에서는 평가, 조달 총액, M&A 가능성, 전략의 독자성을 평가한다.
서클업 심사에 통과한 스타트업 연간 성장률은 84%로 높다. 역으로 탈락한 기업 성장률은 4%에 그치고 있다. 클래시파이어의 높은 정밀도를 보여주는 사례다.
2012년에 투자한 스타트업의 매출성장률은 74%, 2012년은 81%, 2014년은 소폭 하락한 70%, 그러나 2015년의 스타트업 성장률은 104%라는 경이적인 신장률을 기록했다.
클래시파이어 스크리닝을 통과하는 기업은 신청기업의 10%, 여기서 전문가의 엄격한 심사에서 살아남는 것이 5% 내외다. 최종적으로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기업은 2%를 기록하고 있다. 엄선된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투자가는 안심하고 자금을 넣을 수 있다.
기업평가가 느슨하면 투자가 아닌 투기가 된다. 이것이 일반적인 크라우드 펀딩이다. 충분한 큐레이션을 하지 않고 마켓플레이스에 올리기 때문에 상품화 되지 못하거나 파산하는 케이스가 있다.
한국도 이 같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선진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투자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분석 능력을 키워야한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