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정보처리능력을 갖춘 초소형 지문인식모듈이 개발됐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없는 일반 가전, 생활용품에도 적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 가전·가구, 사물인터넷(IoT) 제품으로 지문인식 영토를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가전·가구도 주인을 알아보는 시대가 다가왔다.
크루셜텍(대표 안건준, 김종빈)은 IoT 생활기기용 '임베디드 지문인식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새 솔루션은 자체 마이크로컨트롤러(MCU)를 내장했다. MCU는 전자제품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여기에 지문 인식, 판별 알고리즘을 얹었다. 센서가 읽어 들인 지문 이미지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존 지문인식모듈은 주로 스마트폰에 탑재됐다. 센서가 읽어 들인 지문 이미지를 처리할 때 스마트폰 AP 연산능력을 이용했다. 지문인식모듈 자체에는 중앙처리장치를 탑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 금고나 서랍 같은 생활용품 적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들 제품은 지문 이미지를 처리할 연산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임베디드 지문인식 솔루션은 가전, 생활용품에도 탑재할 수 있다. 지문 이미지 처리를 모듈 외부 AP에 의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임베디드 지문인식 솔루션에 내장된 MCU는 스마트폰 AP 만큼 고사양은 아니다. 대신 지문인식 솔루션에 필요한 기능만으로 구성해 최적화했다.
저사양 MCU에도 알고리즘을 가볍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크루셜텍 자회사인 캔버스바이오가 개발을 주도했다. 캔버스바이오는 지문인식 센서(IC)와 알고리즘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회사다. 초소형 MCU에서도 작동 가능한 지문 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새 솔루션은 세계 최소 크기와 소비 전류를 자랑한다. 모듈 전체 크기는 가로 세로 17×17㎜다. 50원짜리 동전만한 크기, 두께에 지문인식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담았다. 소비 전류는 30㎃다. 경쟁 기술보다 소비 전류는 절반, 크기는 3분의 1이다. 이 정도 크기의 임베디드 지문인식 솔루션은 상용화 전례가 없다.
이런 방식의 지문인식 솔루션은 응용 분야가 매우 넓다. 자전거나 전동 휠, 서랍, 금고에 적용하면 보안성을 크게 높인다. 주인이 아니면 잠금을 해제할 수 없다. 크기가 작고 전력 소모량이 낮기 때문에 기존 제품 설계나 디자인을 크게 변경하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 지문인식과 달리 보안에만 기능이 국한되지 않는다. 스마트 가전에 적용하면 이용자 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TV나 냉장고 같은 생활가전이 주인을 알아볼 수 있다. 냉장고 손잡이를 잡으면 지문을 인식, 해당 사용자가 선호하는 요리 정보를 띄워주는 식이다.
크루셜텍은 이런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호환성 향상에도 주력했다. 만능비동기송수신기(UART) 통신 방식, 마이크로 5핀을 모두 지원한다. 다양한 기기와 호환되고 확장성도 높다.
크루셜텍 관계자는 “임베디드 지문인식 솔루션은 편리하고 적용이 간편해 지문인식 기술을 모바일을 넘어 생활 전반으로 확장시킬 것”이라면서 “다양한 생활가전 업체들이 샘플을 요청하고 관심을 보이는 만큼 조만간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