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0>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의 모습](https://img.etnews.com/photonews/1703/936897_20170327125418_057_0001.jpg)
얼마 전 '누가 훌륭한 최고경영자(CEO)인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참석자 대부분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 같은 성공한 창업자들을 꼽았다. 몇 명은 휴렛팩커드(HP)의 칼리 피오리나나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같은 전문 경영인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성과가 탁월하고 기업 성장을 극대화한 우수한 CEO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참석자 모두가 머리를 끄덕인 훌륭한 CEO는 우리 주위에 있었다. 30년째 벤처기업을 경영해 온 H씨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키지도 못했고, 외견상 크게 성공하지도 못한 평범한 중견기업 사장이었다.
H씨는 항상 소비자와 직원을 주인으로 섬기며 경영했다. 미흡한 성과로 상처 입은 직원을 보듬어 주기 위해 시간을 내 함께 여행을 떠났고, 작업장에 비닐봉투 가득히 음료수를 들고 나타나는 일은 다반사였다. 소비자들의 작은 항의에도 가슴 아파하는 모습은 유약하게 비쳐지기도 했지만 소비자 우선의 경영 철학이 일궈 낸 산물이기도 했다. '사장이 열심히 하면 3년이 흥하고 직원의 열정은 10년의 성공을 만들지만 소비자의 애정은 영원한 기업을 만든다'가 그의 경영 철학에 담겨 있었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0>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의 모습](https://img.etnews.com/photonews/1703/936897_20170327125418_057_0002.jpg)
수평적 의결제도는 사업 초기부터 지켜 온 쉽지 않은 행보였다. 자신의 고집스러운 성격을 묻어 놓고 구성원들의 생각을 앞세우려는 노력과 자신보다 무능력하다고 평가되는 부하 직원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선택은 쉬운 일이 아니다. 책임을 무조건 직원에게 전가하지도 않는다. 언젠가 해킹을 당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담당 직원을 불러내 미안하다며 사과했다고 한다. 충분한 보안 장비도 없이 일하게 한 자기 탓으로 돌린 것이다. 지금 그 직원은 훨씬 좋은 조건을 마다하고 정보 보호에 관한 한 기업에 충성하는 최고 공헌자가 됐다.
H씨는 하찮은 약속도 소중하다고 말한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하루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약속을 지키라고 강요하면서도 자신은 열외인 지도자를 너무 많이 봐 온 우리에게 CEO가 자신이 내뱉은 말을 실천하기 위해 무리하는 모습을 보는 건 신선한 일이다.
그러나 시장 경쟁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투철함과 새로운 세상을 향한 도전 정신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지금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반의 커뮤니티 경영을 목표로 세우고 신규 아이템으로 미래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경이로운 사실은 지나칠 정도로 과격한 도전에도 직원들은 늘 진정한 조력자가 되고 동반자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그를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 경쟁이 한창이다. 우리도 아파하는 국민을 보듬고 신뢰 받는 국가를 재건할 수 있는 지도자를 가질 수 있을지 반문해 본다. 국가 경제를 역사적으로 성장시키고 세계 최고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권력을 포기하고 진심으로 국가와 국민을 최우선으로 하는 지도자, 구성원들의 의견을 진심으로 대하는 지도자가 지금은 요구된다. 민주화의 완성을 위해 구성원은 노예가 아니라 작은 경영인이라는 사고를 가진 지도자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수평적 관계 개선을 실현하려는 노력이 신뢰로 승화돼 새로운 질서와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통합이기 때문이다. 남은 40여일 안에 전폭적으로 믿고 따를 수 있는 훌륭한 대선 후보 누군가를 발견하고 내가 가진 한 표를 기쁘게 던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