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의 45개 기업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내부 거래 실태를 점검한다.
'일감 몰아주기'를 이용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가 중소기업의 생존을 어렵게 하고 산업 생태계 전반을 해친다는 판단이다.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2015년에 이어 올해 2차로 사익 편취 규율 대상 회사의 내부 거래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라면서 “기업집단별로 내부거래점검표를 발송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이면서 총수가 있는 총 45개 기업집단 소속 225개 계열사 전체의 내부 거래 실태를 점검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집단은 아니지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 적용이 필요한 기업집단군을 새로 만들었다.
공정위는 내부 거래 실태 전반을 살펴보는 한편 사업 기회 제공, '통행세' 수취 등 신종 행위 유형도 살펴볼 방침이다. 통행세는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거래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이 없는 총수 일가 소유의 회사를 끼워 넣어 수수료를 주는 관행을 의미한다.
공정위가 기업집단의 내부 거래 실태 점검에 나선 것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가 기업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감 몰아주기는 총수 일가의 부당한 수익 창출, 기업집단 계열이 아닌 타 기업의 사업 기회 박탈 등 문제를 낳는다.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를 시행(2014년 2월)한지 만 3년이 넘어 제도 실효성, 정착 여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신 부위원장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는 중소기업의 생존 기반을 빼앗고 총수 일가에 부당하게 이익을 몰아 줌으로써 공정거래 질서에 미치는 폐해가 심각하다”면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가 시행된 시기 직전을 포함해 총 5년 동안의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 부위원장은 “점검 결과 법 위반 혐의가 포착되면 직권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 대상 기업의 내부 거래가 2년 연속 감소하다 다시 증가한 것도 실태 점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말 기준으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회사(147개)의 내부거래 비중은 전년보다 0.7%포인트(P) 늘어난 12.1%, 금액은 1조원 늘어난 8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 실태를 점검하는 것은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다. 공정위는 실태 점검을 거쳐 지난해 현대그룹, CJ, 한진의 일감 몰아주기를 적발·제재했다. 한화, 하이트진로의 법 위반 여부도 조만간 확정할 전망이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신고포상금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사익 편취가 은밀해지고 있어 감시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기업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회사 임직원, 퇴직자, 거래 상대방 등의 신고를 활용하면 법 위반 혐의를 효과적으로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신 부위원장은 “공정거래법 시행령과 신고포상금 지급 규정을 개정할 방침”이라면서 “예컨대 과징금 100억원 부과 사건은 신고포상금을 최대 3억2500만원 지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