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50대가 청년 세대가 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6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31.8세이던 우리나라 중위 연령이 오는 2033년에 50.3세까지 오를 전망이다. 206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42.5%(지난해 1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젠 '인구 고령화' 문제 자체보다는 노동력이 줄고 비용 부담이 커지는 '노동 고령화' 문제에 주목할 시점이다.
과학 기술 분야도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연구 인력 고령화 우려가 있다. 고령 인력 비율이 높아질수록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생산성과 혁신성이 떨어지며, 부족한 젊은 연구 인력이 비정규직·학생연수생 등 형태로 수급돼 연구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제대로 축적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출연연의 연구 인력 평균 연령은 지난 2000년 39.6세에서 2014년 44.0세로 15년 동안 4.4세 상승했다. 우리와 제반 여건은 다르지만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나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의 평균 연령 역시 40대 중·후반으로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무엇보다 고령화와 성과는 학계 내 해석도 다양하다. 인력 자본 측면에서 연령이 높아 갈수록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관점이 있는 반면에 고령자일수록 성과 달성 속도 등 생산성이 저하된다는 견해도 있다. 학술적 성과는 '역U자형'으로, 40대 초·중반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가 이후에는 점차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연령대별 인력 구조 증감 추세는 조금 다르다. 2011~2015년 정규직 연구 인력 연평균 증가율은 40대 미만의 경우 -4%에서 4% 수준에 그치는 데 반해 50세 이상은 6~12%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인력 구조 역피라미드 현상이 가속되는 셈이다. 출연연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을 좀 더 새롭고 강력한 동력이 필요한 이유다. 앞으로 더욱 가속될 출연연의 연구 인력 고령화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젊은 연구 인력에게 안정적 연구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정규직을 큰 폭으로 확대하고, 4차 산업혁명 대응 등에 필요한 젊은 연구 인력을 수급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위촉연구원' 신분의 비정규직이 출연연 내에서 충분한 경력을 쌓아 성장하도록 중간 형태의 '임기제' 정규직을 신설하는 방안도 있다. 임기정규직은 5~10년 동안 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 책임급의 고급 인력으로 성장, 대학이나 기업 연구소로도 나갈 수 있는 고용 형태다. 일본의 RIKEN과 AIST의 경우 임기직을 연구직에 광범위하게 도입하고 있다. RIKEN의 연구직 종사자는 약 88%가 임기직이다.
중견 이상 고경력 연구자는 기업이나 대학에서 활발히 활동하도록 물꼬를 터 줘야 한다. 중소·중견기업에 소장급 인력을 파견하고 정부와 기업이 1대1 매칭 방식으로 인건비를 지원하는 '연구소장파견제'를 적극 도입하거나 대학연구소에서 대학 연구 인력과 함께 국가 연구개발(R&DF) 과제를 수행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고려해 볼 수 있다.
2012년부터 정규직 연구원 10% 내에서 우수 연구원을 선발해 정년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확대하는 문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박사 학위 획득 후 몇 년 동안 경력을 쌓고 30대 중반 즈음에 입직(入職)하는 출연연의 특성상 생애 근무 기간 자체가 타 업종보다 짧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영국·독일·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정년을 폐지하거나 연장하고, 정년 후 재고용이나 5년 연장 둘 가운데 하나를 택하도록 하는 '친연령 정책(Age Positive Initiative)' 도입에 앞장서는 추세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 RIKEN이나 독일 막스프랑크연구소 등 선진 연구기관은 연구원의 자율과 안정을 최고 가치로 생각,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조성한다. 우리도 젊은 연구 인력과 중견급 이상 고경력 과학기술자들이 어울려서 활발하게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친연령 연구 환경 조성'에 세부적인 논의와 실행력이 긴요하다. 차기 정부에서 출연연 고령화에 대한 좀 더 현실적 접근과 이해를 기반으로 상기 정책들이 연구 현장에 옳게 안착되길 기대해 본다.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기획본부장, bhson@kistep.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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