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웨어러블 손목에서 벗어난다

현재 웨어러블 기기는 대부분 손목에 착용하는 형태다.

웨어러블은 사람 몸에 걸리적거리지 않으면서 수시로 확인이 쉬워야 하는데 그러려면 손목에 착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손목에 차는 형태의 웨어러블은 시장 확대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현 위기 상황 타파를 위해 웨어러블 시장은 다양한 기기 형태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입는 웨어러블이다. 올해 초 CES 기조연설에서 케빈 플랭크 언더아머 회장은 입는 웨어러블 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언더아머는 피트니스 관련 기업을 잇따라 인수한 후 스마트의류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달린 거리 등을 측정하는 신발, 수면을 돕는 잠옷 등 다양한 스마트 의류를 개발하고 있다.

언더아머가 CES에서 선보인 운동화는 내장된 칩으로 이동 거리, 속도, 칼로리 소모량 등을 기록한다. 스마트 잠옷은 신체 변화를 측정하는 한편 온도를 조절, 최적 수면과 회복을 돕는다.

안경형 웨어러블 기기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외신은 애플이 무선으로 아이폰과 연결되는 스마트 글라스를 이르면 2018년 공개할 것으로 전했다. 안경을 통해 현실세계 앞에 새로운 3차원 정보와 이미지를 띄워서 함께 보여 주는, 증강현실(AR)을 볼 수 있는 기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위험성도 크지만 잠재적 수익성이 큰 웨어러블 컴퓨팅 영역인 디지털 안경 분야로 확장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하루 1억명이 넘는 사용자가 쓰는 동영상 채팅 앱 회사 스냅챗도 사용자 일상을 녹화할 수 있는 선글라스형 카메라 '스펙터클'를 내놨다. 사람이 보는 시야각과 비슷한 115도 렌즈를 탑재했다. 선글라스 왼쪽 상단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10초 분량의 동영상을 녹화할 수 있다. 촬영한 영상은 블루투스 통신으로 스냅챗에 바로 올릴 수 있다.

구글글라스 사업을 접은 것으로 알려진 구글도 사내 연구기관 '구글 프로젝트 아우라'에서 다양한 웨어러블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의료, 제조 등 다양한 분야 회사와 제휴를 맺고 구글글라스 활용처를 넓혀 나갈 방법을 찾고 있다.

피트니스 및 핀테크, 나아가 의류와 만나는 진정한 웨어러블이 답이 될 수 있다. 피트니스는 다수 스마트밴드가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에 바탕을 두고 인프라 저변 확대를 빠르게 잡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핀테크 시장에서 웨어러블은 스마트폰 대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간편결제 및 송금 등 핀테크 사용자 경험을 가장 빠르고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웨어러블 저변이 스마트의류 및 기타 다른 영역으로 확장되면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웨어러블 시장에서 큰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귀에 착용하는 히어러블(Hearable)도 기대주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히어러블 판매량은 70만대에 불과해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향후 5년간 연평균 43%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웨어러블은 초연결 시대에 가장 걸맞은 아이템이다. 스마트폰을 넘어 몸에 착용하는 순간 말 그대로 연결 플랫폼이 탄생하는 구조다. 관련 업체들은 손목이나 목 등에 머물지 말고 기능별, 하드웨어 착용방식별로 접근해 다양한 ICT 역량을 집중하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