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계약해지 했더니...협력사 주가 72% 폭락

글로벌 정보기술(IT) 생태계에서 애플의 영향력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애플의 계약해지 통보에 협력회사 주가가 하루 사이 72% 폭락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영국에 본사를 둔 그래픽 기술회사 이미지네이션테크놀로지에 “우리 제품을 관리하기 위해 별도 독립 그래픽 디자인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향후 15~24개월 후에는 귀사 그래픽 기술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직후 이미지네이션 주가는 72% 급락했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상에서 동영상이나 이미지를 구현하는 그래픽프로세서(GPU) 칩에 들어가는 기술을 애플에 제공했다. 직접 GPU를 생산하지 않고 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업체다.

애플이 계약해지 했더니...협력사 주가 72% 폭락

이 회사는 전체 매출 절반 이상을 애플에 의존해 충격이 컸다. 2015 회계연도에 이미지네이션은 애플로부터 6070만파운드(847억6000만원) 특허사용료를 받았다. 이 해 이미지네이션 매출은 총 1억2000만파운드로 애플 특허료가 절반에 달했다. 3월 끝난 2016 회계연도에는 애플 특허사용료가 6500만파운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작년에 약 2억1190만대 아이폰을 판매하며 부품 및 기술 공급 업체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시러스로직과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등 약 16개 회사는 매출 절반 이상을 애플에 의존하고 있다. 아이폰 최대 조립 업체 폭스콘은 아이폰 판매량 감소로 지난해 매출이 91년 상장 후 25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애플이 계약해지 했더니...협력사 주가 72% 폭락

지난주까지만 해도 회사 가치가 10억달러(1조1000억원)에 달했던 이 회사는 시가총액이 3억4800만달러로 축소됐다. 애플도 이 회사 주식 8%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합병논의도 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이미지네이션은 성명에서 “애플은 이미지네이션 특허권과 지식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독자적으로 그래픽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애플 측을 상대로 소송을 시사했다.

로저 필립스 인베스텍뱅크 애널리스트는 “이미지네이션 비즈니스모델에 가장 큰 위험이 현실화됐다”며 “애플과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다른 협력사와도 거래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