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 전송망 구축 사업 수주를 위한 국산과 외산 장비업체간 경쟁이 시작됐다. 국산 장비 업계는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외산 규격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도시철도 전송망 시장에서 잇따라 외산 장비가 진입하는 상황에서 서울메트로가 국내 업체 의견을 수용할지 주목된다.
서울메트로는 '정보통신 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광 통신망 개량 사업'을 발주했다. 다중프로토콜라벨스위치라 불리는 'MPLS' 장비로 도시철도 전송망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MPLS는 외산 장비 규격인 'IP-MPLS'와 국내 장비업체가 생산하는 'MPLS-TP'가 해당된다.
국산 장비 업계는 반발했다. 외산(IP-MPLS)과 국산(MPLS-TP)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지만, 용량과 인터넷프로토콜·철도통합무선망(LTE-R) 연동 등 세부 규격이 외산 장비에 적합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은 “(세부 항목에서)MPLS-TP 단독 장비로 제안할 수 없는 규격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국제표준규격으로 성능과 안정성이 검증된 MPLS-TP 장비로 규격을 변경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합을 포함, 30여개 이상 네트워크 장비업체와 네트워크통합(NI) 업체가 유사한 이의를 제기했다.
국내 장비업계는 MPLS-TP가 부산도시철도와 김포도시철도에 적용돼 성능과 안정성이 확보된 장비란 사실을 강조했다. 외산인 IP-MPLS는 아직 망을 운영 중인 곳이 없어 안정성을 검증받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국내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서도 국산 장비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외산 장비 업계는 인터넷 서비스 연동과 향후 망 확장을 위해서는 IP-MPLS가 더 유리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서울메트로의 선택이 향후 외산과 국산 장비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항철도가 외산 장비로 망 구축을 시작했고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외산 장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메트로도 IP-MPLS로 망을 구축하면 국산 장비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국산 장비 업계가 서울메트로 사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서울메트로는 심의위원회를 열어 제안 규격 적합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ICT 장비법제도 상담센터도 규격서 재검토를 요청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제안서와 계약 상황을 논의할 것”이라며 “위원회에서 업계 의견을 수용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MPLS-TP와 IP-MPLS 비교>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