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급종합병원을 시작으로 지방 대학병원도 인공지능(AI) 시스템 개발에 뛰어들었다. 4차 산업혁명 역량 확보는 물론 의료 질 향상과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세의료원은 한국형 AI 시스템 개발을 위해 생태계를 구축한다. 지난달 국내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한국형 디지털 헬스케어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셀바스AI 등 관련 기업과 AI 기술을 접목, 질병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한다. 의료영상정보 솔루션 기업과 협업해 심혈관 질환 등 일부 질병에 대한 병변 확인, 예측 솔루션도 개발하고 있다.
윤도흠 연세의료원장은 “우리나라 병원이 AI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 번에 모든 질환을 커버하는 대규모 솔루션보다 관련 기업과 협업해 특정 질환에 맞춰 전문 솔루션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면서 “국내 ICT 기업과 협업해 한국형 AI 시스템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헬스케어 빅데이터 기술 확보를 추진한다. 암, 심혈관 질환 등을 대상으로 한 질병 예측과 최적 치료법 제시를 목표로 한다. 최근 AI 의료영상 사업단까지 발족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유방암 진단을 위한 영상 정보를 분석, 병변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KT와 협업해 암 유전체를 분석, 치료법을 제시하는 방안도 시도한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해 7월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와 AI를 이용한 방사선 암 치료 기술 개발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최근 AI 기술 확보 전초 기지로 스마트 이미징 바이오뱅크를 개설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조만간 차세대 의료정보 시스템(HIS) 개발에 착수, AI 기술 접목을 시도한다. 서울대 치과병원은 치과용 엑스레이 정보를 분석, 발견하기 어려운 치주 질환을 알려주는 솔루션을 올해 상용화한다.
지방 종합병원과 국공립병원도 자체 역량 확보에 나선다. 아주대병원은 AI 기술을 활용해 중환자실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한다. 환자에 연결된 생체 데이터를 분석, 응급 상황을 예측한다. 국군의무사령부는 빅데이터 기반의 임상지원정보시스템을 개발한다. 축적된 장병들의 건강 정보를 분석, 질병을 예측하고 최적 치료법을 제시한다. 신뢰성 의문이 제기돼 온 군 의료체계도 혁신한다.
정부는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의료서비스 질을 상향 평준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표준진료지침 제정도 그 일환이다. AI 기술은 의사가 발견하기 어려운 병변이나 최신 의학 지식을 알려준다. 의료 서비스 질 향상에 도움을 준다.
장혁재 연세의료원 의료정보실장은 “AI 기반의 임상결정지원시스템은 임상적 판단을 도와줘 사람이 저지르는 오류를 줄이고, 의료인 간 진료 수준 편차를 줄인다”면서 “포괄적 의미에서 의료질 관리 시스템 고도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가속되는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해소도 기대된다. 의료진 수와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병원에는 AI 시스템이 도움이 된다. 의료 질이 향상되면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도 상당 부분 줄인다. 자체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IBM 왓슨' 같은 솔루션이 효과를 거둔다.
김치원 서울와이즈요양재활병원장은 “IBM 왓슨이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곳이 암 전문의가 부족한 지방 중소병원”이라면서 “대형병원 접근성이 뛰어난 우리나라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지방 중소병원이 AI 시스템으로 역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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