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닷(QD·양자점) 기업이 중국 TV 제조사와 연합 전선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가 퀀텀닷 TV를 가장 먼저 양산했지만 자체 개발한 퀀텀닷 재료를 사용, 납품 가능한 TV 제조사가 대부분 중국에 있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퀀텀닷 재료를 공급하는 나노시스, 나노코, 머크, 다우케미칼을 비롯해 퀀텀닷 필름 공급사인 3M 등이 올해 정식 양산을 목표로 중국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나노코와 나노시스는 수년 전부터 퀀텀닷 재료만 전문 개발한 기업이다. 올해 첫 대량 양산을 시작하는 만큼 매출이 본격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바이오 등 퀀텀닷 응용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 개발했지만 디스플레이 시장을 첫 상용 타깃으로 삼았다.
세계적으로 디스플레이용 퀀텀닷을 가장 먼저 대량 양산한 기업은 삼성이다. 삼성종합기술원이 퀀텀닷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솔케미칼이 재료를 생산해 삼성전자에 독점 공급한다. 삼성종합기술원은 미국 퀀텀닷 재료기업 QD비전의 지식재산(IP)을 인수하는 등 퀀텀닷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TV 제조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퀀텀닷 TV를 생산한다. 하지만 자체 개발한 재료 기술을 사용, 다른 재료 기업은 경쟁사 문을 두드려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TV 제조사가 빠르게 부상했고 여러 기업이 경쟁하는 만큼 누가 가장 퀀텀닷 TV 사업에 적극적인지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TCL,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하이얼, 창홍, 콩카 등 중국의 주요 TV 제조사는 올해 프리미엄 제품으로 퀀텀닷 TV를 선보일 계획이다. 대만 TV OEM 사업자인 TPV도 퀀텀닷 TV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먼저 퀀텀닷 TV 포문을 연 기업은 TCL이다. TCL은 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프리미엄 퀀텀닷 TV 제품으로 XESS X2·X3 시리즈를 발표했다.
TCL은 나노코의 비카드뮴 퀀텀닷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뮴계 퀀텀닷보다 기술 난도가 높지만 중국 내수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비카드뮴 소재를 공급하는 나노코와 손잡았다.
TCL 최대 경쟁사인 하이센스를 비롯해 다른 현지 TV 제조사도 퀀텀닷 TV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카드뮴계와 비카드뮴계 퀀텀닷을 채택한 TV 신제품이 올해 중반부터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퀀텀닷 재료, 필름 기업들이 합종연횡을 하면서 다양한 TV 제조사를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국내 중소 퀀텀닷 재료 기업인 나노스퀘어와 퀀텀닷 필름 제조사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미 퀀텀닷 필름 시장에 진입한 3M, 엘엠에스, 미래나노텍 외에 다수 새로운 광학필름 제조기업들이 퀀텀닷 필름 양산에 도전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퀀텀닷 재료 기업이 수년간 연구개발만 하면서 경영이 빠듯한 상황”이라며 “올해 처음으로 대량 양산 기회를 잡은 만큼 물량이 많이 필요한 TV 제조사를 확보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