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소프트웨어(SW) 업계 고질 문제인 '구두발주' 근절에 나선다.
원사업자가 계약서 없이 구두만으로 하도급업체에 SW 개발을 맡겨 향후 문제가 발생하면 하도급업체만 피해를 보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다. 업계는 구두발주와 함께 대금 미지급 등 최근 두드러진 하도급 문제 해결에도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11일 공정위 관계자는 “SW 업계에 구두발주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SW 업체가 워낙 많은 만큼 전수조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면 미교부 행위와 관련해 일제 점검을 상반기 내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SW 중소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불공정관행 시정을 주요 과제로 선정했다. 과제 일환으로 오는 6월 SW 기업 대상 대규모 실태점검에 착수할 전망이다. 서면 실태 조사 등을 거쳐 법 위반 혐의가 있는 기업을 걸러내 정식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지난해 사건 처리 과정에서 SW 업계에 구두발주 관행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대형 정보기술(IT) 업체마저도 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늦게 발급한 사실이 적발돼 최근 과징금을 물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스템통합(SI) 업체를 통한 하도급 거래, 간단한 SW 개발 과정에서도 서면 계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에도 이런 사례를 몇 건 적발했다”고 말했다.
구두발주 근절은 SW 업계 해묵은 과제다. 업계는 과거보다 구두발주 관행이 줄었지만 여전히 피해 사례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구두발주보다 하도급 대금 관련 문제가 두드러져 공정위 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근 SW 하도급 분쟁 조정 사례를 집계한 결과 유형별로 하도급 대금 미지급, 하도급 대금조정 의무 위반, 부당 감액, 서면 미교부 순으로 나타났다.
SW 업계 관계자는 “계약 없이 추가 작업을 지시하거나, 사업을 수주하기 전 계약서 없이 구두로 SW 업체에 일을 맡긴 후 나중에 하도급업체를 바꿔버리는 일이 여전히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구두발주보다 대금 관련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정부 점검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도 이런 문제를 인식해 하반기에는 점검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부당 특약, 지연이자 미지급 등을 점검·시정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반기 추진하는 SW 하도급 분야 점검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대금 등의 문제까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