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개선은 반도체, 디스플레이가 주도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수출이 전체 수출과 설비투자 확대를 견인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에 휴대폰·조선 등 일부 산업은 부진이 이어졌고, 전망도 어둡다. 다른 산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쳐 경기 개선세가 제한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업계는 정부에 산업별 맞춤형 지원책 마련과 대외 위험 요인 관리를 주문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3개 우리나라 주력 품목 가운데 8개(석유제품, 반도체, 석유화학, 평판디스플레이, 일반기계, 선박, 자동차, 섬유)가 전년보다 수출이 증가했다.
13개 품목 가운데에서도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의 수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반도체 수출은 3개월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75억달러)했고, 6개월 연속 증가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고사양화로 D램 주력 품목이 DDR3에서 고가인 DDR4로 변경되는 등 수출 단가, 물량 호조가 영향을 미쳤다.
평판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7억3000만달러)했고,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가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9월 이후 최대 수출 실적(23억4000만달러)을 기록했다. 평판디스플레이의 수출 증가는 5개월 연속이다.
수출 증가는 자연스럽게 투자 확대로 이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정보기술(IT) 부문에 대한 투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 가고 있다. 한은은 “글로벌 IT 시장은 금융 위기 이후 부진에서 벗어나 수요 우위 기조가 지속되면서 회복 국면으로 본격 진입할 것”이라면서 “국내 IT 투자도 올해에는 견실한 흐름을 이어 가고, 설비투자도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려가 큰 품목은 휴대폰과 조선이다. 무선통신기기와 선박 수출은 1분기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21.9%, 11.3% 감소했다.
휴대폰 수출은 갤럭시노트7 단종이 단기 악재로 작용했지만 스마트폰 시장 정체, 중국 업체의 프리미엄 시장 진출 가속화 등 시장 전반으로도 불안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선박은 글로벌 발주 감소와 우리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한은은 “휴대폰은 후발업체와의 경쟁 심화, 부품 현지 조달 확대 등으로 완제품·부품 모두 수출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선박도 부진이 점차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밖에 석유화학, 철강 등 일부 품목도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조선업의 부진이 철강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등 부진 산업이 다른 산업에 미치는 악영향도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다른 품목의 올해 수출·투자 전망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면서 “정부가 산업별 맞춤형 대응책을 마련하고,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외 위험 요인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