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65> 10x 혁신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65> 10x 혁신

1996년 6월 루이스 보더스는 '웹밴'을 창업한다.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호시절이었다. 보더스는 이미 보더스 북스토어를 창업한 경험이 있었다. 투자자들도 올스타팀이었다.

2001년 7월 주주 명단에는 소프트뱅크, 세콰이어 캐피털, 벤치마크 캐피털 파트너스 같은 쟁쟁한 투자 기업들이 이름을 올렸다. 아마존도 6% 지분을 챙겼다. 본사는 미국 실리콘밸리 포스터 시티에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투자자들은 선도자 이익을 주워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투자는 공격적이었다. 1999년 9월에는 앤더슨 컨설팅 최고경영자(CEO)이던 조지 섀힌을 영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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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11월 기업 공개로 시가 총액 80억달러 기업이 됐다. 2000년 6월에는 12억달러에 '홈그로서닷컴(HomeGrocer.com)'을 인수했다. 대형 오프라인 유통점과 경쟁한다고 봤다. 그러나 거품이 꺼지면서 시작된 자금난은 2001년 7월 파산으로 끝났다.

웹밴 사례는 여러 의미로 해석된다. 버블과 함께 꺼진 닷컴기업 실패의 전형이다. 시장 선점을 위한 무리한 투자와 경기 침체가 만들어 낸 결과다. 오프라인 기업과 협력했어야 한다는 결론도 있다.

에이오엘(AOL)과 함께 닷컴 대표 기업이던 웹밴의 몰락은 충격이었다. 그러나 존 거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에게 이처럼 실패한 혁신 사례는 수없이 많다. “매년 신제품이 3만개가 나오지만 12개월을 버티는 것은 20% 남짓입니다.”

왜 그럴까. 단순히 소비자들이 혁신 기능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왜 어떤 제품은 받아들이고 어떤 것은 거부할까.

거빌 교수는 기업들의 생각에 함정이 있다고 한다. 같은 값으로 기존 제품보다 효용이나 가치가 크다면 소비자는 기꺼이 선택할 거라고 생각한다. 잃은 것보다 얻는 것이 크다면 문제없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생각과 실제는 다르다.

네 가지 함정이 있다. 첫째로 소비자가 느끼는 매력이거나 끌림이란 객관적이지 않다. 다분히 주관적이고 인지된 만큼을 말한다. 둘째로 소비자는 비교함으로 판단한다. 기존 제품이나 이미 가지고 있던 제품을 기준(reference point)으로 삼는다.

셋째로 기준과 비교해 더 나은 것은 좋지만 뭔가 부족하다면 잃은 것으로 본다. 넷째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좋아진 것보다 잃은 것에 민감하다. 이른바 대부분 소비자는 손실 회피형이다. 하나를 늘이고 하나를 줄였다면 100달러를 딸 확률이 50%, 잃을 확률이 50%일 때 공정한 내기로 느끼지 않는 것처럼 동일한 것이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거부감을 줄이고, 받아들이게 할 것인가. 거빌 교수는 단순히 더 나은 제품이라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다섯 가지를 고려해 보자. 첫째로 혁신이 만드는 행동 변화를 줄여라. 토요타 프리우스는 배터리와 내연엔진을 모두 달았다. 연비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그러나 운전 느낌은 기존과 다를 것이 없었다. 견고한 습관을 굳이 바꾸려 들지 않았다. 교묘하게 혁신의 생소함을 비켜 갔고, 소비자는 쉽게 받아들였다.

둘째로 새 소비자를 찾아내라. 버턴 스노보드는 타깃 고객을 젊은 겨울 스포츠 애호가지만 아직 스키에 매몰되지 않은 층으로 정했다. 1970년대 스노보드 산업은 말 그대로 전무했지만 지금은 스키를 넘어선다. 버턴은 이 새로운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셋째로 새로운 것에 높은 가치를 줄 소비자를 찾아라. 환경에 민감하지만 소득이 높은 곳에서 전기자동차의 가치는 더 크다. 미국 낸터킷 같은 관광지 섬이라면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최대 주행 거리는 큰 문제가 아니지 않겠나.

저자는 당신이 혁신 제품으로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9x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한다. 소비자는 기존 제품의 가치를 3배 높게 평가하지만 기업은 새 제품의 기능이 3배나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소비자와 기업의 시각은 9배 벌어진다.

당신의 신제품이 이 사이에 빠질 때 헤어 나올 방법은 없다. 그래서 '10x 혁신'을 생각하라고 한다. “대부분 성공한 혁신 제품은 이 기준을 넘습니다.”

어떻게 보면 성공 기준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높이 있는 셈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