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출시 10주년 기념으로 내놓는 '아이폰8' 출시 지연설이 잇따르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급 차질,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센서 개발 실패, 3차원(3D) 센서 기술 문제, 인공지능(AI) 음성인식 비서 업그레이드가 지연 이유로 거론된다. 9월 또는 10월 스마트폰 시장에 등장했던 아이폰 출시 지연은 애플은 물론 경쟁사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궈밍즈 KGI증권 애널리스트는 “10월과 11월 아이폰8 대량 생산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구매 수요에 따라 공급 지연 현상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OLED 공급 차질 vs 설득력 부족
아이폰8 출시가 지연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OLED 공급 차질을 이유로 꼽았다. 애플이 아이폰8에 OLED를 적용하는 건 처음이다. 수개월 전부터 OLED 공급 차질로 인한 아이폰8 출시 지연설이 확산됐다.
궈 애널리스트는 “OLED 대량 생산이 아이폰8 출시 시기를 9월에서 10~11월로 미루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 통신도 OLED 공급 문제로 아이폰8 출시가 예년보다 1~2개월 늦어질 것이라고 봤다. 중국 이코노믹데일리뉴스, 대만 디지타임스도 유사한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내 부품 업계는 이 같은 분석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전자·부품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인터플렉스, 비에이치(BH), 삼성전기 등 협력사에 아이폰8용 OLED 패널 생산에 필요한 디스플레이용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을 발주한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다음 달부터 아이폰8용 OLED 패널을 조립, 6월 초 납품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초 계획과 동일한 일정으로 순조롭게 제품 생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증거다.
FPCB 협력사는 지난해 중순 삼성디스플레이와 애플이 부품 공급을 협의한 시점에 올해 5월부터 부품을 납품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상태다. 부품 업계는 충분한 준비 기간으로 공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스마트폰 전문 애널리스트는 “아이폰8용 OLED 생산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 일각에서 주장하는 'OLED 공급 차질'이 출시 지연 사유가 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진단했다.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도입 난항?… “가능성 있어”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적용도 아이폰8 출시 지연 요인으로 손꼽힌다. 국내 모바일 입력솔루션 업계도 관련 기술 도입이 아이폰8 출시를 늦추는 주범일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티모시 아큐리 코웬앤컴퍼니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아이폰 OLED 디스플레이에 지문인식 센서를 내장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면서 “9월 출시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은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기술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상용화를 준비했다.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센서를 적용한 스마트폰은 전례가 없다.
국내 생체인증 업체는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이 아이폰8 출시를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애플이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것보다 이를 스마트폰에 적용하는 데 상당 시간 소요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국내 업체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기술을 개발하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스마트폰에 기술을 적용한다는 게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며 “관련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출시된 선례가 없기 때문에 완성도를 높이고 여러 문제요소를 해결하는 데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업계 “3D 센서 적용 어렵지 않아”
애플이 아이폰8에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3D 센서'가 출시를 지연시키는 원인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3D 센서는 얼굴 인식 잠금 해제 기능은 물론 증강현실(AR) 기능을 구현하는 핵심 기술이다.
라지 빈드라 길 니덤앤코 분석가는 “아이폰8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한 3D 얼굴 인식 기능을 결국 올해에는 이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나인투 파이브맥은 “STM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아이폰8 핵심 기능인 3D 카메라 센서를 공급하기로 했다”면서 “하지만 STM이 부품 양산 문제를 겪으면서 애플이 통상 아이폰을 공개하는 9월까지 모든 준비를 완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에서 3D 기술을 구현하는 건 어렵지 않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레노버가 3D 센서 카메라를 탑재, AR 기술을 구현하는 '팹2프로'를 출시한 바 있다.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시간이 다소 소요될 수는 있지만 3D 센서 기술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출시를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관계자는 “갤럭시S8, LG G6 적용된 얼굴인식 기능을 3D로 구현하는 기술 자체는 어렵지 않다”면서 “AR 전용 스마트폰이 나온 마당에 3D 센서 카메라가 아이폰8 출시를 지연시킨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일각에선 인공지능(AI) 음성비서 탑재 여부에 따라 아이폰8 출시 시기가 결정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언어 지원과 인식률 등 완성도를 끌어올리려면 개발 시간 투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AI 전문가들은 시리 기능 업데이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아이폰8 출시가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언어지원, 딥러닝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완성도를 높이려면 상당 시간 투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내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 업체 대표는 “AI 음성비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치를 끌어올리는 핵심 기능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