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가 총액 3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사상 최대의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등, 주식 시장 역사를 다시 썼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 정책'이 구체화되면서 투자자의 호응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유가 증권 시장에서 전날보다 2.43% 오른 219만2000원으로 마감했다. 시가 총액은 306조1333억원이다. 지난달 21일 장중 시가 총액 300조원을 돌파한 적이 있지만 일 장 마감 기준으로는 이날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기로 발표하면서 장 초반 한때 21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1분기 19.6%에 이르는 영입이익률 등 실적 호조를 발표하면서 즉각 반등세로 돌아섰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 50조5500억원, 영업이익 9조9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자사주 매입과 소각 소식도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날 2회차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의했다. 보통주 90만주, 우선주 22만5000주를 매입해 소각한다.
다만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 최소화를 위해 분할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시가가 40조원을 상회하는 자사주 규모를 감안한 조치다. 지난 12일 1회차로 2조4500억원 규모의 보통주 102만주와 우선주 25만5000주를 매입, 소각했다. 2회차 자사주 매입은 28일부터 시작해 3개월 이내에 완료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잔여분 소각은 2018년에 이사회에서 결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거래나 인력 확보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자사주를 계속 보유했다. 연이은 인수합병(M&A)을 위한 '총알'을 비축한 셈이다. 그러나 최근 보유 현금이 늘면서 재무 상황이 안정됐다는 점을 고려, 주주 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선회했다. 자사주 매입, 소각을 통해 주주 배당률을 높인다는 취지다. 삼성전자는 이날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1분기 주당 7000원씩 배당키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분기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연내 균등한 수준의 배당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지주사 전환 대신 선택한 주주 환원 정책이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 덕에 투자자가 다시 몰렸다는 의견이다.
김현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 환원 정책이 구체화한 것이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그동안 주가 상승이 지주회사 전환을 동력으로 올라왔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지주사 전환 건 자체는 주가 변동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 시가 총액은 2006년 1월 100조원을 넘겼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지속 성장, 기업 가치를 높였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시장을 주도하며 2012년 시가 200조를 돌파했다. 5년 만에 100조원이 늘어난 셈이다. 다시 돌아온 반도체 호황과 갤럭시 S8의 판매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최고가를 연이어 경신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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