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더불어민주당·홍준표 자유한국당·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과학기술·ICT분야 핵심 쟁점 사항 10개 질문에 대해 O, X, △로 답했다. 즉문즉답을 통해 명확한 생각을 후보에 묻는 취지였다.
과학기술 독임부처 부활이나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같은 쟁점 사안별로 입장이 명확하게 엇갈렸다. 그러면서도 소프트웨어(SW) 교육 강화처럼 의견이 하나로 일치되는 사안도 있다. 답변자들은 “우리와 생각이 일치한다” “내가 그쪽 당 사람 같다”고 했다.

◇ICT 독임부처 필요하다
홍준표 후보 측은 4차 산업혁명에 효과적 대응하려면 ICT 독임부처가 필요하다는 질문에 찬성하지 않았다.

송희경 한국당 의원은 “독임부처가 과거 정보통신부처럼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ICT와 과학기술이 융합돼서 정보과학기술부가 있어야 한다”고 답변의 속뜻을 밝혔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측은 차기 정부 부처개편안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문형남 국민의당 ICT특보는 안철수 후보 역시 흩어진 ICT 기능을 모으는 것은 필요하지만 독임부처가 필요한지는 정부조직 전체를 보면서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선대위 임춘택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문재인 후보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독임부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고, 그런 의견에 대체로 공감하지만 전체 조직 개편과 맞물려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학기술 독임부처 부활
과학기술 독임부처 부활에는 문재인 후보 측만 공약대로 찬성 입장을 명확히 했다. 임 교수는 “확정은 안 됐지만 과학기술은 따로 분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이미 문 후보가 밝혔다”고 언급했다. 좀 더 정확하게 독임부처로 할지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 체제로 할지는 내부 이견이 있어 의견수렴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성우 국민의당 전문위원은 연구개발(R&D)부문은 개편할 필요가 있지만 독임부처 형식 등 여부는 정부 부처 전체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ICT 독임부처와 마찬가지 입장이라며 독임부처 부활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송 의원은 “현재 ICT와 과학이 뭉쳐 융합플랫폼을 만들어가는 과정인데, 흩어진 기능을 모아서 융합 체제로 가는 것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에 더 효과적”이라고 답변했다.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기본료 폐지에 대해선 입장이 엇갈렸다. 민주당은 공약사항인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입장을 고수했다.

임 교수는 “기본요금은 30년 전 인프라가 없을 때 이야기”라면서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기본요금을 징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못 박았다. 그는 “반론도 있고, 손해 봐서 (이동통신) 시장질서가 무너진다는 의견도 있지만 우리 계산은 다르다. 충분히 감당 가능하고 합리적 수정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한국당은 당장 기본료 폐지엔 유보적 입장이다.
한국당은 그동안 기본요금 폐지 문제에서 통신 인프라 재무적 문제와 인프라 구조적 문제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없었다”면서 “단계적으로 줄여가고 폐지하는 것은 맞지만 5G 인프라 구축과 산간벽지 커버리지가 넓지 않은 상황에서 기본료 폐지는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
송 의원은 “시골에 있는 부모님이 서울에 있는 자식들과 언제든지 통화하는 인프라 구축은 지금도 진행형”이라며 “인프라 구축을 위한 구조적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폐지보다는 국민 통신료를 절감할 수 있는 알뜰폰이나 중저가폰을 늘리거나 청소년이나 저소득층, 소상공인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식으로 전기료를 아끼듯이 통신료도 아껴가는 캠페인이 우선적”이라고 말했다. 통신회사도 이동통신에서 서비스회사로 전환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은 통신비 인하에 동의하지만 인위적·일괄적 기본료 폐지에는 반대했다.

임 전문위원은 “(통신사) 영업매출 7조원이 줄어들고, 바로 영업손실이 4조원 나온다. 누가 하겠는가”라며 “다만 할머니·할아버지가 2G·3G를 많이 쓰시는데, 그 이용자가 960만~980만명 정도 된다. 그런 부분은 투자도 끝나고 이익도 났으니 통신사가 자발적으로 기본료를 폐지하거나 낮추는 방향이 맞다”는 입장을 보였다.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득보다 실이 많다
'뜨거운 감자' 단통법 폐지에는 모든 후보가 반대했다. 한국당은 단통법이 실보다 득이 많다고 했다. 송 의원은 “단통법 때문에 기업이 '치킨게임'처럼 썼던 엄청난 마케팅 투자가 줄어들었고, 약정할인 20% 정도 통신비 절감 성과도 있었다”며 “이월금액 상한제 폐지를 못한 통신정책 등은 보강할 필요가 있지만, 단통법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단말기 완전 자급제나 소비자 협동단체 지원 등을 통해 저렴하게 단말기를 살 수 있는 방향으로 단통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 전문위원은 “이용자 차별을 금지한 것은 긍정적 효과지만 전국민을 어리석은 고객으로 만들고 통신사 사업자 영입이익만 늘었다”면서 “장단점이 있는 만큼 단통법은 소비자 중심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민주당도 단통법 폐지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민주당은 단통법 도입 취지는 사용자 통신요금을 낮추는 데 있었고, 이 같은 취지는 어느 정도 달성됐고 시장질서도 교란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단통법은 그대로 내버려 두더라도 상한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봤다.
◇제4이동통신사업자 허용해야 한다
국민의당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프랑스 시장을 예로 들면서 통신비 인하 효과가 분명하기 때문에 공약으로도 명확히 제시했다. 다만 사업자 지원 내용 조정과 함께 재정 및 운영능력을 가진 사업자가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후보 측 송 의원은 “제4이동통신사업자를 막을 방법은 없지만 현실적으로 사업자 추진이 어려움이 많다”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후 내부토론을 거쳐 홍 후보는 제4 이동통신사업자를 허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최종 정리했다.
민주당은 유보적 시각을 유지했다. 원칙적으로 경쟁을 반대하지 않지만 제4사업자 추진이 여러 번 좌초됐던 만큼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알뜰폰 육성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출연연 통폐합 구조조정
민주당과 한국당은 출연연 통폐합, 구조조정에 반대했다.
문재인 후보 측 임 교수는 “매번 정부가 바뀔 때마다 조직 바꾸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배터리만 해도 화학연, 기계연, ETRI 다 필요하고 통합해서 사업단 만들면 된다”면서 “그동안 정부가 제대로 미션을 못 준 책임이 크고, 출연연이 제 기능을 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도 인위적 구조조정과 규제에 반대했다. 필요한 연구분야에 인원 규제를 강제해선 안 된다고 했다. 연구 정책을 관리하는 효율적 상위 거버넌스 차원 구조조정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국민의당은 일률적 통폐합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기관 대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역별 군소 연구소 난립은 경계하지만 일률적 구조조정은 반대한다고 정리했다.
◇국가 R&D 예산은 더 확대해야 한다
모든 후보 측이 찬성으로 일치했다.
한국당은 R&D 예산이 중장기적으로 압축 강화돼 먹거리 찾는데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국민의당도 공약 사항에 반영했고, 민주당도 과학·ICT 말고는 우리나라에 미래는 없다면서 4차 산업혁명 뒤처진 부분에 대대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초중등 SW의무교육 강화
4차 산업혁명 대비 초중등 소프트웨어(SW)교육 강화에도 모두 한 목소리로 찬성했다.
국민의당은 SW교육을 저학년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EBS에서도 SW교육 전문 채널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W교육은 창의력 교육은 물론 산업육성에도 매우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SW교육 시간 확대와 함께 인공지능(AI)이 할 수 없는 문제발굴 능력과 프로젝트 기반 팀워크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송 의원은 “SW교육 강화 관련 법안을 발의했는데, 양 당에서 모두 동의해서 법안 통과가 잘 될 것 같다”며 “SW필수교육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학교 SW특기자 전형 확대
SW교육 강화 일환으로 모든 후보가 긍정적 의견을 보였다.
임 교수는 “SW분야 국가적 육성에 많은 분들이 동의하니 대학입시에도 적극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송 의원도 “과도학 사교육에 올인해서 스펙만 쌓는 것이 아니라면 늘리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문 특보는 “과거에 비해 각 대학 SW교육이 위축돼있어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금융기관·공기업 보안 프로그램 모두 없애야
공공기관과 금융기업 접속 시 강제로 내려받아지는 보안프로그램은 앞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모든 후보가 홈페이지 보안 플러그인과 액티브X 퇴출에 찬성했다.
송 의원은 “국민생활에 불편을 주니 강제로 적용되는 프로그램 줄어야 하지만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계적 퇴출 입장을 밝혔던 송 의원은 이후 당 차원 입장 정리를 거쳐 홍준표 후보가 최종적으로 퇴출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수정해 밝혔다.
임 전문위원은 “현재 플러그인이 복잡하고 느린 까닭에 마이크로소프트(MS)도 없애고, 생체인식으로 상용화된 기술을 금융기관에서 대체해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으로 문 특보도 “액티브X는 우리나라만 쓰고 있어 오래 전부터 정부에서 없앤다고 했던 것으로, 반드시 빨리 사라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강제를 인터넷 정책의 잘못된 폐단으로 지적했다. 그는 “이거야말로 정부가 민간과 개인을 책임지겠다고 한 잘못된 발상인데, 민간에 자율로 맡겼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민간에 강제할 수 없으니 공공기관부터 시작해 없애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임 교수는 “보안 취약을 지적하는 의견도 일부 있지만 모든 도둑을 못 뚫게 한다는 주장이 더 비현실적”이라면서 “싸워나가며 강해지는 야생의 원리가 필요하며 이것은 포퓰리즘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