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갤럭시S8 29만원” ···휴대폰 떴다방에선 단통법 실종

[르포] 커뮤니티 등에 판매정보 알리고 영업하는 떴다방 기승

모든 매장이 문을 닫은 8일 오전 2시경, 인천 부평에 위치한 휴대폰 판매점에서 갤럭시S8 불법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모든 매장이 문을 닫은 8일 오전 2시경, 인천 부평에 위치한 휴대폰 판매점에서 갤럭시S8 불법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부평 김밥집에서 갤럭시S8 플러스 128GB 탔네요.”

8일 0시 휴대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평 김밥집'과 '갤럭시S8'을 키워드로 한 게시글· 댓글 수십여개가 잇따라 게재됐다. 갤럭시S8 64GB 모델과 갤럭시S8플러스 128GB 모델을 각각 29만원, 51만원에 즉시 구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휴대폰 떴다방'이 인천시 부평에 상륙한 것이다.

휴대폰 떴다방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불법 판매 정보를 알리고, 짧은 시간 안에 판매하고 영업하는 방식이다.

오전 2시에 '부평 김밥집'이라 불리는 휴대폰 떴다방에 도착했다. 김밥집 옆 매장이어서 '부평 김밥집'이라는 암호로 불리던 곳으로, 일반 휴대폰 매장과 다를 바 없었다.

매장 앞에는 차량 4~5대가 개통 상담을 대기했다. 매장 주변에서 혹시 모를 단속에 대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8일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갤럭시S8을 29만원에 판매한 휴대폰 매장은 김밥집 옆에 있어, '부평 김밥집'이라는 암호로 불렸다.
8일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갤럭시S8을 29만원에 판매한 휴대폰 매장은 김밥집 옆에 있어, '부평 김밥집'이라는 암호로 불렸다.

매장에선 고객 5~6명이 갤럭시S8 개통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판매점 직원은 기자에게 약속이나 한듯 계산기에 숫자 '29'를 보여 줬다. 그는 특정 이동통신사 번호 이동, 현금 완납 조건으로 29만원에 갤럭시S8 64GB를 구입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데이터699 요금제 6개월 사용 조건이 붙지만 부가 서비스는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93만5000원의 최신 스마트폰을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손에 넣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규정한 지원금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갤럭시S8 플러스 모델은 매진된 상태였다. 고민해 보고 오겠다고 하자 “늦어도 오전 4시까지는 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0시부터 오전 4시까지 불법 판매가 지속된다는 방증이었다. 매장에서 30여분을 지켜보니 고객 10여명이 개통을 완료했다.

떴다방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단속을 피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불법 판매 모니터링이 서울 시내 주요 판매점이나 집단 상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여전히 제 값을 주고 갤럭시S8을 구입한 소비자는 '호갱(호구+고객)' 꼬리표를 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스폿성 불법 판매를 반복하는 일부 판매점 때문에 정직하게 영업하는 종사자까지 오해받는 억울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면서 “갤럭시S8 예약 가입자들의 불만 역시 현장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유통점의 이 같은 불법 영업은 시장 혼탁을 야기한다. 이통사 전체 마케팅 비용이 제한된 상황에서 전체 고객이 받는 혜택은 줄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구태가 반복되는 건 이통사 간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 인한 과다 리베이트, 정부의 감시 한계 등 요인이 복합 작용한 결과다.

8일 0시 쯤에 휴대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평 김밥집'과 '갤럭시S8 플러스'를 키워드로 한 게시글·댓글 수십 여개가 동시다발적으로 올라?다.
8일 0시 쯤에 휴대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평 김밥집'과 '갤럭시S8 플러스'를 키워드로 한 게시글·댓글 수십 여개가 동시다발적으로 올라?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