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4차 산업혁명과 메이데이(May Day)

[데스크라인]4차 산업혁명과 메이데이(May Day)

'4차 산업혁명.' 언론에서 매일 등장한다. 일주일 남은 대통령 선거 후보 공약에도 4차 산업혁명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 용어는 독일이 2010년에 발표한 '하이테크 전략 2020' 10대 프로젝트의 하나인 '인더스트리 4.0'에서 제조업과 정보통신 융합을 뜻하는 의미로 처음 사용됐다.

2016년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의 이해'를 주요 의제로 설정하면서 국제 화두가 됐다. 저성장, 불평등, 지속 가능성 등 경제 위기 문제를 다루던 다보스포럼에서 과학 기술 분야의 의제가 꼽힌 것은 처음이다.

포럼에서 정의한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혁명에 기반을 둔 물리 공간, 디지털 공간, 생물학 공간 간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 융합 시대'다.

정보기술(IT)과 융합을 키워드로 볼 때 다보스포럼과 인더스트리 4.0에서 말한 4차 산업혁명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내포된 의미는 사뭇 다르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은 생산성 극대화에 방점을 둔다. '스마트 공장'으로 대변된다. 더 많은 물건을,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빨리 만들어 낼 수 있다.

소비자도 양질의 물건을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는 혜택이 뒤따른다고 덧붙인다. 이 부분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생산성 극대화는 곧 노동력(일자리) 감소를 수반한다.

독일 아디다스는 무인 공장 덕분에 23년 만에 자국에 신발 공장을 열었다. 그동안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공장을 가동했다. 아디다스 '스피드 팩토리'는 100% 로봇 자동화 공정으로, 상주 인력이 10여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연간 50만켤레의 운동화를 생산한다. 600명이 하던 일이다.

미국 아마존의 짐꾼 로봇 키바는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짐을 운반한다. 물류창고에 쌓인 물건 속에서 소비자가 주문한 물건을 정확히 찾아 작업자에게 전달한다.

최근 한국씨티은행도 전국 지점 133곳의 80%에 이르는 101곳을 올 하반기까지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다른 곳도 조만간 닥쳐올 일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6년 7월 수작업을 대신하는 로봇의 확산으로 앞으로 20년 안에 아시아 근로자 1억37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태국,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5개국 임금 근로자의 56% 규모다.

그동안 개발도상국은 저임금에 바탕을 두고 공장을 유치, 돈을 벌어들였다. 무인 공장이 확산되면 이런 성장 공식은 작동하기 힘들다.

다보스포럼이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호주 등 15개국 370여개 기업 인사 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보고서 '직업 전망(The Future of Jobs)'에서 2020년까지 총 710만개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개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총 510만개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생산성 극대화에 따르는 함정이 있다.

노동자는 곧 생산의 일부이자 소비 주체다. 4차 산업혁명 개념을 처음 주창한 클라우스 슈바프 WEF 의장도 이런 불편한 진실에 주목했다.

슈바프 의장이 “모든 혁명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고, 승자는 힘겨운 이들을 배려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사회 격차를 단번에 치유할 묘책은 없지만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급여 제한이나 실효성 있는 최저임금 도입, 기본소득 구조 마련 등 실질적 조치가 뒤따라야 성장도 가능하다.

이전의 급격한 경제 성장기에 그리 한 것처럼 우리는 가치의 본질을 뺀 껍데기만을 베끼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홍기범 금융/정책부 데스크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