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20세기에 가장 잘한 선택의 하나가 반도체 진출이란 이야기가 있다. 1983년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도쿄 선언'으로 출발한 한국 반도체 산업은 1990년 수출액 1위 품목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수출액 1위를 내리 달려 온 '금싸라기 산업'이다. 지금도 대한민국 수출 반등과 관련 기업의 수익률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분야다. 20세기에 내린 결정이 21세기에 이처럼 활짝 꽃피운 산업 분야도 세계에서 드물 것이다.
그래도 늘 아쉬움이 남았다. 메모리 반도체 1위라는 명예는 수십년째 독차지했지만 전체 반도체 산업 1위는 늘 인텔에 내줬다. 부가 가치 높고 용도 넓은 비메모리 분야의 약점 때문이었다. 1993년 인텔이 글로벌 반도체 1위에 올라선 뒤 24년 동안이나 흔들림 없이 유지된 매출 1위 자리를 이번 2분기에 삼성전자가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IC인사이츠 전망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인텔의 2분기 매출액은 각각 149억4000만달러(약 16조8627억원), 144억달러(16조2561억원)로 추정됐다. 삼성전자가 5억달러 이상 앞서는 수치다. 2016년 1분기 매출에서 인텔이 삼성전자보다 약 40% 앞선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삼성전자가 24년 만에 반도체 매출 1위에 오르는 데에는 메모리값 상승이 1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4반세기 동안 지난하게 벌여 온 기술 투자와 공정 혁신 등 노력이 없었다면 아무리 시장가격이 뒷받침됐다 하더라도 이런 영예를 안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무엇보다 무수한 위기 속에 꾸준히 투자하고 기술 개발에 매진해 온 그 열정이 없었다면 꿈에서 그리기조차도 어려운 스토리임이 분명하다.
이번 2분기의 매출 역전 전망은 단순히 어느 한 품목의 1위 등극을 뛰어넘는 역사의 의미를 담는다. 기세를 몰아 올해 연간 매출 순위를 바꿔 놓고 비메모리 분야까지 격차를 좁히는 터닝포인트로 만든다면 우리 산업계 전체를 기념하는 성과로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