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문은행과 각종 간편 결제 확대로 전통 금융 채널 붕괴가 시작됐다. 이대로 가다간 은행 생존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위기 의식이 커졌다.
경쟁자로 인정하지 않던 새로운 금융 채널이 시장 잠식에 나서자 은행이 급변했다. '경쟁'이 아닌 '동맹'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직접 투자는 물론 스타트업이 보유한 기술을 녹여 해외 시장 진출까지 추진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시중 은행이 급변하는 핀테크 환경 대응을 위해 기술 스타트업과 디지털 동맹 구축에 나섰다. 조직 정비는 물론 자회사 스핀오프와 직접 투자에도 나섰다.

KB금융은 금융권 최초로 'KB이노베이션 허브'를 구축하고 스타트업 혁신 기술을 내재화했다.
신기술 인큐베이션 프로세스 전담 운영 조직을 확대하고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오픈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등 실제 스타트업 기업 직접 투자와 서비스 융합을 추진하고 있다.
스타트업과 접점 확대를 위해 올해만 공감랩, 에잇바이트, 파워보이스, 페이콕 4곳을 자사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추가 선정했다. 총 24개 핀테크 기업과 사업 공조 체제를 구축했다.
자사 금융 서비스 접목에도 나섰다. 공감랩이 보유한 부동산 정보 서비스를 주택금융 서비스에 융합했다. 에잇바이트가 개발한 소프트웨어(SW) 보안토큰은 KB저축은행, 파워보이스의 자연어 음성 인식 기술은 KB국민은행 리브 플랫폼에 각각 내재화하기로 했다. 페이콕 결제 기술도 은행, 카드사와 곧 제휴를 맺는다.

우리은행도 핀테크 동맹 진영을 구축했다. 위비핀테크 랩을 가동해 홍채 인증, 스마트폰 보안, 블록체인, 크라우드펀딩 등 다양한 핀테크 대표 기업과 서비스 구축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에는 아이리스아이디 홍채 인식 기술을 적용, 별도 매체 없이 금융 거래가 가능한 '홍채인증 자동화기기'를 금융권 최초로 선보였다. 우리은행은 이 기업에 지분 투자를 10억원 단행했다.
한국신용데이터, 엔톡, 비네핏, 메너카, 에이젠글로벌 등 기술 스타트업과 빅데이터 공동 사업을 시작으로 위비뱅크 글로벌 사업 연계, 월세 결제 관련 펌뱅킹, 위비마켓 해외직구 입점 사업 등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 조직 개편에서 기존의 스마트금융그룹을 디지털 전략 및 신기술 테스트 베드와 플랫폼 사업을 총괄하는 디지털금융그룹으로 확대 재편했다.

신한금융그룹은 2015년 5월 신한퓨처스랩 가동 이후 입주사와 함께 해외 공동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스트리미(해외송금), 블로코(전자문서보안) 2개 기업은 지난해 홍콩에서 열린 엑센추어 이노베이션 랩 데모데이에 참가, 큰 호평을 끌어냈다.
신한은 핀테크기업의 글로벌 성장을 지원, 아시아 핀테크 벨트 구축이라는 그룹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최근 '신한퓨처스랩 베트남'을 출범, 첫 해외 핀테크 육성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베트남 현지 기업뿐만 아니라 현지 진출을 원하는 국내 기업 지원 인프라도 준비했다.
하나금융도 올해 초 신기술금융과 혁신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의 온라인 운영은 타 부서로 이관하고, 핀테크 등 4차 산업혁명 동력 발굴을 위한 '독립 셀 조직'을 가동했다. 스타트업과 협업 사업 확대를 위해 은행 내 디지털 인재 발굴·양성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NH핀테크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분기별 핀테크 신기술을 공유하고 반기 1회 농협 금융 계열사와 스타트업 간 사업 제휴를 도모한다. 올해 스마트컬리지 과정을 신설, 디지털 금융 핵심 인재 양성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원부 동국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핀테크 비즈니스 트렌드가 전통 금융사와의 채널 파괴에서 협업으로 변화함에 따라 핀테크 산업도 전통 금융사의 텃밭인 B2B(금융기관용 서비스)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B금융 협업 사례>
<우리은행 협업 사례>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